경쟁시장에서의 가격은 최적의 평가치

집 근처의 캐딜락 딜러가 다음과 같은 특별 행사를 광고한다고 치자. ‘4만5,001달러를 내면 캐딜락 새 모델과 함께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 배우와 악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악수하는 대가로 얼마를 내는 것이 될까?
의욕에 차있고 오로지 자기가 해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우선 캐딜락의 가치를 결정하기 위해 각종 자료나 심지어는 주위에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그 차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부품들과 첨단 장비들의 가치를 며칠 동안 끙끙대며 구하고 합산 한 후, 득의에 찬 얼굴로 이만 저만 하여 악수의 대가는 얼마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이와는 달리 어떤 사람들은, 그 캐딜락의 시장 가격이 4만5,000달러임을 근거로 악수의 가격은 단돈 1달러라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첫번째 사람들의 결론은 엄청난 작업의 결과물이고 일견 아주 정치한 것 같지만, 그 캐딜락 가격이 경쟁적인 시장에서 형성된 것이기만 하다면 두 번째 사람들이 내린 결론이 보다 적절하고 정확할 것이다. 이게 시장의 힘이다.
시장이란 개념적으로 말하자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교환되는 메커니즘이다. 좀 더 나아가자면, 그 상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그것들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총체적으로 거래되는 장인 것이다. 그 정보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미래에 대한 예상치도 포함된다.
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오늘의 세상뿐만 아니라 내일의 세상도 그린다. 우리는 주요 경제 지표나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월스트릿의 예상치 보다 좋아졌다느니, 나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도 같이 듣게 된다. 만약 어느 기업의 분기 실적이 예상한 대로 나왔다면, 그 예상치는 이미 그 기업의 주가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실적 발표는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시장이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결국 뉴스, 다시 말해서 예상되지 못한 변화가 생겨야 시장 참여자들의 머리 속에 있는 세상이 바뀌게 되고 따라서 시장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어느 지역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대개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게 되어 약세장이 연출된다.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앞으로의 그림을 그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평화 중재안이 극적으로 타결되거나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되어 이제 새로운 상황을 주어진 정보로 하여 미래를 그리게 되고, 시장은 가닥이 잡힌 모습을 보이게 된다.
시장은 의미있는 모든 정보에 반응하고, 무수한 정보를 녹여내어 가격을 만들어 낸다. 경쟁적인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보의 흐름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된다. 따라서 경쟁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장 좋은 가치 평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고 싶은 주식의 시장 가격을 그 시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가격으로 보아야 한다. 내일이 되면 물론 더 떨어질 수 있지만, 간밤에 발생한 뉴스의 결과로 내일은 오늘과는 아주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