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상
▶ 전종준 <변호사.애난데일, VA>
어제 감사카드를 받았다. 누군가 하여 열어보니 두달 전의 사건이 생각난다.
오후 4시경 전화를 건 아내. 퇴근길에 김밥을 사오라고 주문한다. “왠 김밥이냐” 물으니, 둘째 아들이 깁밥이 먹고 싶단다. 더우기 가족 수련회를 가야하니, 김밥으로 저녁을 떼우잔다.
아내와 전화를 끊은 뒤 김밥집에 전화한다. 김밥이 다나가고 딱 하나가 남았단다. 그거라도 예약해달라고 부탁해 놓는다.
유독 입이 짧은 둘째 아들. 한국음식은 잘 안 먹으면서도
김밥만은 좋아한다. 나머지 식구는 다른 것으로 저녁을 먹고, 막내 아들에겐 김밥 하나를 줄 셈이다.
퇴근 후 들른 김밥집. 어떤 아줌마가 김밥을 조르듯이 찾는다. 주인 아주머니가 김밥이 없다고 하니 안절부절 하신다. 김밥 하나를 건네받은 나에게 김밥을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프리미엄을 받고 팔까요?”라고 농담 했더니 그래도 사겠단다. 환자가 급히 김밥이 먹고 싶다고.
김밥집에서 고민하는 부성애. 내가 먹을 깁밥도 아니고, 밥 잘 안 먹는 자식이 먹을 김밥인데, 차마 양보를 할수가 없다. 그렇게 김밥집을 나와 얼른 차의 시동을 건다. 막 떠나려고 하는 차에 아까 그 아줌마가 차를 타는것이 아닌가.
파킹장에서 느낀 부담감. 차를 세우고,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김밥을 전해준다. 김밥값을 주겠다고 하는 것을 뿌리치고 그냥 집으로 향한다. 집에오니 둘째 아들이 김밥이 어딨냐고 야단이다. 저녁을 안 먹겠단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환자가 김밥 먹고 병이나으면 얼마나 좋은일이냐”라고 달래본다. 결국 둘째 아들은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수련회 장소로 향한다.
두달 뒤 우연히 받은 감사카드. 김밥집에서 만난 바로 그 아줌마가 보낸 카드다.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김밥 환자가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인사(감사) 늦어 죄송합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감사를 할 줄 모르는 법. 그러나, 아줌마와 같이 감사할 줄 아는 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등불과 같은 존재이다.
둘째 아들에게 감사카드를 설명한다. 남을 돕는 것은 곧 손해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댓가를 바라지 않는한 결코 손해를 보는것이 아니라고.
전종준 <변호사.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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