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두 분이 한적한 공원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앞에 앉아있는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신은 몸이 자유로우니 다행이지요. 나는 몸을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이제는 귀도 잘 안 들리고 눈 마저 잘 안보여 답답할 때가 많답니다.”
바로 그때 땅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발견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할아버지가 개미를 바라보다가 말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저기,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군요. 그런데 땅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잘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요. 제 몸이 불편하니 나 대신 저 개미를 좀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건강한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개미를 집어 햇살 가득한 풀밭 위로 옮겨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유쾌하게 웃으면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말씀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눈은 이미 노안이 되었지만 마음의 눈은 제 눈보다 훨씬 밝군요. 살아있는 생명체를 눈여겨보는 따뜻한 그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일화는 참으로 사랑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만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살아있는 생물의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한다. 또한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 에너지가 되어 삶을 유지시키는 걸까.
사랑은 곧 생명이다. 그리고 불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힘은 이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고, 고난과 역경이 있기에 우리는 진정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은 상대적일 때만이 나타난다. 인간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부모 , 부부, 형제, 이웃과 친구의 사랑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는 인생의 목적과 사랑의 삶에는 뜻이 있다.
지난달 고(故) 채영창 선생님의 유고집 ‘워싱톤에 핀 무궁화’가 발간되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진지한 삶과 한민족에 대한 사랑, 한인사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 또한 2세들의 뿌리교육에 남다른 열정들이 가슴에 와 닿아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비록 채 선생님은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우리들의 가슴에 그는 영원한 사랑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채수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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