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뜻의 Crazy와 술 취했다는 말의 Drunk를 합쳐서 정신이 뿅가게 취했을 때를 Crunk라고 표현하는 세대. 오류라는 뜻의 False보다 엉터리라는 뜻의 Crap이라는 용어를 더 즐겨 사용하는 십대들. 이들은 셀폰으로 전화하면서 눈으로는 TV쇼를 보고 손으로는 6명의 친구들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받는 ‘멀타이태스크’(multitask) 신세대들이다. 테크놀러지에 포커스를 둔 십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들만의 독특한 연결망을 구축하고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현실세계, 특히 부모세대와는 태평양만한 갭을 형성하고 있다. 테크놀러지에 둘러싸여 철옹성을 쌓고 있는 십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그 언저리를 어설프게 맴돌고 있는 부모세대와의 갈등과 그 해결점을 짚어본다.
틴에이저 방은 ‘IT동굴’
전용 TV·인터넷 등 갖춰
방안에서 모든 것 해결
부모의 간섭-시선 피해
“난 그 애가 시시껄렁한 대학에 입학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져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더욱이 그 애는 외동딸인데.”
올해 열여덟 살의 조이는 어머니의 반응에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
“엄마는 내 삶을 대신 살아주려고 한단 말이야. 내 대신 숨이라도 쉴 수 있다면 그렇게도 하실 꺼야. 비 오는 내 옆에서 우산을 받쳐 주지 않으면 내가 빗물에 녹아날 것으로 생각하는 가봐. 제발 간섭 좀 말아줬으면. “
16세의 아놀드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아빤 자꾸 미래에 초점을 맞춰서 잔소릴 하시는데 그 미래가 현재의 나를 망치는 느낌이예요. 난 현재에 살고 있다고요. 지금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해요.”
이는 뉴욕대학 심리학교수 하임 기너트가 쓴 ‘부모와 청소년’의 틴에이저와 부모(They and Us)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부모의 잔소리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요즘 40대가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15세가 넘는 틴에이저 자녀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도 할 수없는 형편이다. 자녀들의 사생활 속내를 잘 모르므로. 요즘 십대들은 집 전화벨이 울려도 잘 받지 않는다. 그건 자신들의 전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침대 맡에 셀폰을 두고 자므로 자신에 관한 전화는 모두 셀폰으로 해결하고 있다. 미 전국의 집 전화는 부모세대가 집에 없으면 공허한 울림만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40세가 넘는 부모세대는 TV채널이 불과 몇 개되지 않은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저녁 6시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월터 크롱카이트나 에드 설리반의 뉴스를 함께 봤다. 어린시절에도 부모, 조부모와 함께 같은 내용의 뉴스를 접했으므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채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으니까.
하지만 2004년 미전국심리학 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십대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방에 TV를 가지고 있다. TV 뿐만 아니라 컴퓨터, 스테레오, 아이파드, 셀폰을 갖추고 있어서 요즘 십대의 방은 ‘테크놀러지 동굴’(the technology cave)이다. 그 동굴 안에서 자신만의 TV쇼를 보고 친구들과 연결하고 인터넷으로 숙제도 하기 때문에 카트리나 재해가 난지 2일이 지나도 천연재해에 대해 모르기 일쑤다. 11학년 역사 AP 클래스의 대부분이 새로 지명받은 존 로버츠 신임 연방대법원장이 누구인지 모른다. 부모들이 보는 메이저 뉴스는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15세가 넘으면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부모에게 주지도 않는다. 부모가 친구의 사생활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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