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대학을 가기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있다. 그것은 한국어로 편지를 쓰는 일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5살 때부터 한국학교를 다녔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어에 대한 싫증을 느꼈기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의도적으로 학교에 오고 가면서 차안에서 잔소리 비슷하게 한국말을 해왔다.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와서 지각은 면했구나”, “매일 이렇게 헐레벌떡 거려야 하니”, “정문으로 갈까 후문으로 갈까” “안쪽으로 갈까 뒷문으로 갈까”“아이쿠! 해가 동쪽에서 안 뜨고 서쪽에서 뜨겠다”등등....
가끔은 차안에서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시조를 옮으면 “어머니 제발 이순신 장군의 시조를 읽지 마세요. 저 이제 그 소리 정말 듣기 싫어요” 한다. 이렇게 반복해서 하다보니 아이는 처음에는 눈치로 알다가 이제는 스스로가 그런 말을 곁들여서 하곤 한다. 그 짧은 한국말로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한인 학부모를 위해서 한국말 통역까지 했다.
그런데 대학으로 가기 전에 한가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해야 하는데 한국어를 중단했기 때문에 잘 따라갈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대학으로 떠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나는 매주 편지를 보내겠다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1주일에 한번 한 장에 편지와 함께 교회 주보를 단정히 접어서 편지봉투에 넣고 주소를 또박또박 적어서 틀리지 않았나 확인한 후 37센트 우표 한장을 붙여서 조심스럽게 우체통에 넣는 행복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정 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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