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신혼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다보면 21년 훨씬 전의 일이지만 폐백 후에 시댁에서 주신 절 값 때문에 삐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 돈을 남편 혼자 착복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그 돈은 새 며느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시댁 풍습은 절 값으로 받은 돈은 신혼여행지에서 쓰는 경비였다니.
아무튼 첫날부터 삐걱거렸는데 20년이 넘었다고 생각하니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많이 참아주고 다독거려주고 했기 때문에 오늘까지 온 것이라 생각한다.
남이 보기엔 내가 더러 나아 보이긴 했을 지 모르지만 지기 싫어하는 나, 고집 센 나, 경우에 빠지는 것은 남의 일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마디 꼭 해야하는 나. 딸아이 말이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많이 봐준다고 한다. 처음에 그 말로 자존심 상했었지만 그 말이 백 번 맞는 말이다. 친정 식구들과 있을 때 나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 설칠 때, 옆에서 보고 계셨던 우리 엄마는 내 마음 같았을까. 70이 넘으신 친정 엄마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스무 살이 넘어가고 있는 딸에게, 또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아가씨들, 현재 결혼생활을 하는 나보다 조금이라도 젊은(어린) 분들에게 이 다음 우리 딸아이가 나처럼 하기보다는 조금 더 양보하고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그 시간은 다시없는 시간이고 돌아갈 수도 없는 세월인데 처음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시간을 아주 조금씩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틀림없이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행복하지 않았는가. 우리 모두 모두.
요즈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녀가 있든 없든 너무 쉽게 헤어지며 또 쉽게 잊는다. 50을 내일 모레 앞두고 있는 나는 무조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이삼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았고 그러다 보니 약간씩은 다른 가정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다들 잘 알 듯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자신 역시 완전한 사람이 못되기 때문에 상대에게 만족을 주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결혼을 지속시켜줄 수 있는 힘 중에 한가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경희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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