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이나 책에 관해서는 X도 모르는 사람이다” 황석영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물론 소설에서는 X에 해당하는 한국어 단어가 별로 거리낌없이 인쇄되어 있다.
이 소설은 황석영이 어느 실존 인물--그 사람은 나중에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었고 한국의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하였다--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서 쓴 르포 소설로, 당시 한국 사회의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첫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굳이 여과하거나 정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그들의 언어로 담아내었다. 어쨌든 출간할 때부터 이색적인 소재와 독특한 문체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그 소설에 나오는 은어 몇 마디 모르고서는 대화에 끼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필자가 황석영이란 이름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도 1980년 무렵 이 소설을 통해서 인데, 그 후 한 10여 년에 걸쳐 웬만한 그의 소설은 거의 다 읽으면서 소위 그의 팬이 된 셈이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길산’의 1부--’광대’란 소제목이 붙어 있다--는 필자가 읽어본 대하소설의 도입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으며, 지금도 친구들에게 그 소설 전부를 읽기가 여의치 않다면 1부만이라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곤 한다. 거의 20년 전에 읽은 것이라 지금도 그때만큼 감동적일 지는 자신이 없지만 말이다.
서점에 나가보면 정말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언뜻 보면 조금만 이윤이 남아도 누구나 뛰어드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의 경우는, 저자가 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필자와 같은 황석영의 독자층은 다른 소설가의 소설은 사지 않더라도 그의 신간은 다소 비싸도 구입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황석영이라는 작가는 자신의 책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마켓 파워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그의 소설과 여느 소설은 같은 소설이지만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 시장과 같이, 시장점유율이 낮은 다수의 기업들이 서로 밀접한 대체재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외견상 완전 경쟁인 것 같아도 다소간 독점의 성격을 갖는 경우를 독점적 경쟁 (monopolistic competition)이라고 한다.
독점적 경쟁 시장은 산업 내에 많은 경쟁 기업이 존재하며,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는 완전 경쟁과 유사하다. 그러나 완전 경쟁에서처럼 가격은 주어진 것이 아니며, 기업들이 상품 차별화를 이룬 정도에 따라 시장 지배력도 약간은 생기기 때문에 일정 한도 내에서 가격 조정력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비지니스는 모두 정도의 차는 있을 망정 독점적 경쟁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시장의 화두는, 다소 진부한 감은 있으나 여전히 유효한, 차별화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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