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는게 아니야, 느끼기도 하는거지…
고다이바·허시 등 25∼40세 여성 겨냥
화려한 장식·고급 꿀 등으넣어 고급화
작년 매출 15억달러... 올해 더 치솟을듯
커피의 뒤를 이어 이제는 초컬릿이 복잡, 고급화하고 있다. 고급 초컬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이하여 큰 캔디 회사나 작은 초컬릿 가게나 모두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 이제까지 자기들이 만든 제품중 가장 좋은 것들을 내놓고 있다. ‘고다이바’는 태즈메이니아산 꿀을 다크 초컬릿으로 감쌌으며, 맨해턴의 ‘벅도프 굿먼’은 초컬릿을 담을, 양면 새틴 리본으로 묶은 맞춤 상자를 준비하고 있다.
벅도프 굿먼의 호화 상자 속을 채우는 초컬릿을 만드는 뉴욕의 독립 초컬릿 가게 ‘상 수시 고어메 컨펙션스’의 공동 소유주 겸 주방장인 로르 드 몬테벨로는 “초컬릿은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초컬릿은 느낌을 파는 비지니스입니다”라고 말한다.
패션잡지 ‘보그’는 12월호를 펼치면 멋진 모델이 ‘고다이바’ 초컬릿 한 조각에 ‘이리 오너라’ 라고 말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고다이바’는 회사 이름의 끝자를 따서, 작년부터 25~40세 여성을 겨냥하여 고객들이 스스로를 ‘디바’처럼 느끼게 하려는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조사회사 민텔의 고급 초컬릿 부문 보고에 따르면 한달에 대충 8개의 초컬릿을 먹는 이 연령층이 가장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여성 고객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고다이바’는 광고에 어울리도록 ‘플래티넘’이라는 라인을 새로 내놓았다. 구색 맞추기에 따라 8~80달러에 팔리는 이 라인은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말하자면 무스 필링은 하늘하늘한 쉬폰처럼 만드는 식이라고 대변인은 말한다. ‘고다이바’는 또 지난주 상품중에서도 최상품인 ‘G 콜렉션’도 다시 내놓았다. 파운드당 120달러로 이 회사 제품중 가장 비싼 것이다.
이에 질세라 대중적인 제조사들도 고급 시장으로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커피의 뒤를 이어 초컬릿이 복잡, 고급화하고 있다.
‘허시’는 올 여름에 ‘아티잔 컨펙션’이라는 디비전을 만들고 고급 초컬릿 장인 2명을 영입했다. ‘러셀 스토버’도 최근 ‘프라이빗 리저브’라 불리는 고급 라인을 새로 만들고 우아한 조각작품 같은 밀크 초컬릿과 카카오 함량이 70%에 달하는 다크 초컬릿을 선전하고 있다.
선물용 상자들이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가고 있는 요즘 교외지역 ‘고다이바’ 매장에는 샤핑 백을 잔뜩 든 지친 표정의 여성들도 많다. 고달픈(?) 할러데이 샤핑의 마지막 코스로 초컬릿 가게에 들러 그 달콤한 맛을 탐닉하며 기운을 추스리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와 같은 현상은 ‘스타벅스’의 후광이라 볼 수도 있다. ‘스타벅스’가 ‘바리스타’라는 생소한 말을 새로 영어 어휘집에 등장시키면서 소비자들이 커피값 지출 수준을 높인 것과 같은 일을 초컬릿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니지아주 알링턴에서 포도주 가게 ‘큐리어스 그레이프’를 운영하는 수잔 매그래스는 마다가스카르의 한 농장에서만 딴 원두로 만든 ‘미첼 클루이젤 초컬릿’을 팔고 있다. “스타벅스와 함께 자라온 젊은 세대는 그런 초컬릿도 있다고 말만 해주면 알아서 선택합니다”
그래서 초컬릿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소금과 볶은 아먼드로 만든 개당 6달러인 ‘보스게스 바르셀로나 바’도 있고, 재빠른 기분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할 때 하나씩 사먹을 수 있는 부티크 초컬릿도 있다. 특별한 경우를 위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장식한 울트라스웨이드 상자에 담은 ‘고다이바’의 트러플은 한 상자에 200달러다.
그렇게 해서 작년도 고급 초컬릿 매출은 총 15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그렇다고 드럭스토어 같은 곳에서의 전통적인 캔디 매출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은 점점 백화점, 고급 식품전문점와 초컬릿 전문점에서 더 많이 초컬릿을 사고 있으며, 할러데이 시즌에만 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M&M’‘스니커스’로 유명한 ‘마스’는 새로 내놓은 고급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초컬릿 라운지’를 개발하고 있다. ‘마스’사의 여주인 이름을 따 ‘에셀스 초컬릿 라운지’로 알려진 이 라운지는 핑크와 초컬릿 색으로 장식됐고, 메뉴에는 모히토 같은 술을 넣은 것을 포함한 5가지 맛의 초컬릿 콜렉션이 나와 있다. 현재 시카고에만 7개가 영업중인데 곧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마스’의 고급 초컬릿 담당 사장인 존 하우는 “초컬릿은 전통적으로 특별한 경우를 연상시켰지만 라운지를 통해 고급 초컬릿을 매일의 일상체험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0년에 파슨스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 초컬릿 가게를 낸 매리벨 리버만은 그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두가지인 음식과 하이 스타일을 접목시키기를 바랬다. 그래서 화가인 남편에게도 작품을 부탁하고 자기도 디자인을 해 초컬릿 위에 새기고 레몬, 새프런등으로 새로운 맛을 내봤더니 곧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 올해는 니만 마커스 백화점에도 납품하고 있다. 생각지도 않게 사치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년도 민텔사 조사에 의하면 그저 그런 초컬릿을 많이 먹느니 고급 초컬릿을 조금 먹겠다는 사람이 65%로 나타나는등 작은 사치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리버만은 꼭 어울리게 포장한 딱 제맛인 초컬릿은 허리선에 위협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패션 액세사리와 같은 기분을 준다고 말한다.
‘상 수시’의 몬테벨로도 2002년에 개업할 때부터 그런 방침으로 일해왔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고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2주가 지나면 팔 수 없는 자신의 초컬릿에 손님들이 탐닉하기를 바란다는 몬테벨로는 “꼭 많이 먹지 않고도 실컷 즐길 수 있습니다. 딱 기분좋을 만큼만 빠져 보십시오”라고 말한다.
더구나 최근 다크 초컬릿이 코코아 콩에 든 항산화 성분및 플라바놀 덕분에 건강에 이롭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장차 적포도주와 같은 건강식품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다. 초컬릿 전문가들은 바라마지 않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앞설 필요는 없다. 어쨌든 초컬릿은 으뜸가는 ‘컴포트 푸드’로 먹어서 맛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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