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비만의 주범 몰린 스낵회사들 ‘고육지책’ 캠페인
지난 30년 사이에 비만 아동이 2배 이상 늘어나자 미국내 건강관리 전문가 및 소비자 운동가들이 식품 광고에 대한 정부의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아동 비만의 주범으로 공격받고 있는 스낵 식품 제조사들은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펩시코·코카콜라·켈로그 등 영양균형·운동 강조 “정크푸드 먹더라도 살찌면 안돼” 안간힘
설탕을 적게 넣은 시리얼, 패스트푸드 식당의 과일과 우유 등 보다 건강에 좋은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올해 미국 최대 식품회사인 ‘크래프트 푸즈’는 건강에 덜 좋은 제품은 12세 미만 어린이를 겨냥한 텔레비전과 라디오, 잡지 광고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운동도 권장하면서 식품회사들은 비만에 관한 담론이 정크푸드를 넘어 운동부족까지 확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펩시콜라’‘마운틴 듀’‘치토스’‘프리토스’등을 만드는 ‘펩시코’는 운동을 권유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한편 초,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음식 섭취와 몸의 움직임 사이의 균형을 잡는 법을 6회에 걸쳐 가르치는 커리큘럼도 제공하고 있다. ‘펩시코’의 라이벌인 ‘코카 콜라’는 중학교용 프로그램인 ‘리브 잇’을 추진하느라 400만달러를 쓰고 있다. 몸을 더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만보계를 지급하는 이 프로그램을 올해내로 8,500개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이 ‘코카콜라’사의 희망이다.
‘맥도널즈’의 경우 아이들에게 온 세상의 놀이을 가르치는 ‘패스포트 투 플레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학교를 3만1,000개나 모았다. ‘제너럴 밀즈’는 영양및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위해 학교및 커뮤니티 단체에 연간 200만달러를 기부하고 있으며 ‘켈로그’도 비슷한 일에 27만5,000달러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켈로그’는 또 시리얼 상자와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하루에 단 두가지만 잊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 조금 더 걷는 것과 시리얼을 먹는 일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과거 주로 텔리비전과 인쇄매체 광고에 의존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던 식품회사들의 마케팅 방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식품회사들의 체력단련 캠페인은 특정 제품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회사 이름은 돋보이게 한다.
그래도 그들이 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회피하려는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바드 대학의 심리학자로 아동상대 마케팅을 비판적으로 다룬 ‘컨수밍 키즈’라는 책을 쓴 수잔 린은 “아이들에게 정크 푸드 판매를 계속하는한 그들이 무슨 일을 하건 소용이 없다. 정크 푸드 마케팅이 훨씬 더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로 아이들이 먹게되는 정크 푸드의 해악을 상쇄시키려면 밤낮으로 운동을 해도 부족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식품회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략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대의명분을 내세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콘’을 창립한 캐롤 콘은 말한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의 감독 강화이며, 관련 법규가 제정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지만 언젠가 청문회에 불려 나가 증언하게 되면 자기들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공했다고 큰소리치기 위한 바람막이라는 것이다.
그런 전략적 자선행위는 식품업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들은 금전관리 지식을 보급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제약회사들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석유회사들은 환경관련 주민발의안을 지원해왔다.
작년에 26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인 ‘크래프트 푸즈’는 그동안 꾸준하게 건강 관리 캠페인에 대한 기부를 늘려왔다. 작년에 18만달러를 썼고 올해는 290만달러, 내년에는 360만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2004년도 소득이 42억1,000만달러인 ‘펩시코’는 펩시코 재단이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얼마를 썼는지 밝히지 않았는데 ‘펩시코’가 시행중인 운동장 건설 캠페인은 재단과 관계없이 ‘스마트 스팟’ 프로그램을 선전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오렌지 주스, 오트밀, 다이어트 소다, 튀기지 않고 구운 칩등 그중 건강에 좋은 제품들에 녹색과 흰색의 체크와 점으로 된 새 로고를 잘 보이게 부착시킨 이 회사는 운동장 건설 프로젝트에 85만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한편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전국 저소득층 동네에 900개 이상의 운동장을 건설해준 비영리단체 ‘카붐’ 대표 대럴 해먼드는 지난 9개월간 일반 소비자용 포장 상품을 만드는 회사들로부터 후원 요청이 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골라서 선정하는 사치를 누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 담배회사와 ‘호스티스 트윙키즈’ 제조사의 제안을 거부하기까지 했다는데 후원사에 관해서는 작게 표시하는 ‘카붐’의 운동장과 달리 ‘스마트 스팟’이 제공한 운동장에는 그 로고가 잘 보이는 곳에 크게 붙여져 있다. 그래도 운동장을 마련할 재원이 없는 학교로서는 기업의 후원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유야 어찌 됐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라고 권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최근 ‘스마트 스팟’ 운동장을 설치한 한 학교 교장은 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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