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1976년 사형제도가 부활된 이후 1,000번째 사형집행이 예정돼 있던 사형수 로빈 로비트(42)가 집행을 하루 앞둔 29일 종신형으로 극적 감형됐다.
마크 워너 버지니아 주 지사는 30일 저녁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던 살인강도 용의범 로비트의 형량을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감면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미국 내 사형제 부활 이후 999번째 사형이 집행된 가운데 1,000번째 사형 예정자의 형량이 이처럼 감면됨에 따라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2일 새벽 사형 집행이 예정된 케네스 리 보이드가 새로운 1천번째 사형예정자로 꼽히게 됐다.
워너 주지사는 4년 가까운 재임기간 중 11건의 사형 집행과 관련, 단 한 차례의 사형 감면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사형수 로비트의 살인 혐의를 확증할 만한 증거가 파기된 점을 들어 형량을 종신형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너 주지사는 사형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나 배심, 검찰의 잘못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으며 피해자 가족의 비극적인 상실감도 절감했지만 절차가 완결되기 전에 증거가 법원 직원에 의해 파기된 점을 들어 감형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이 예정됐던 로비트는 1999년 알링턴에서 살인강도를 자행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30일 독극물 주입을 통해 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로비트는 그러나 자신이 강도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는 다른 사람에 의해 살해됐다며 살인혐의를 부인했으며, 변호인측도 피살 현장 부근에서 발견된 범행도구인 가위 등의 증거물이 법원 직원에 의해 조기에 파기돼 범행을 확증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법원 직원은 2001년 증거물 보관실을 넓힌다며 피묻은 가위 등의 증거물을 무단으로 파기해 초기 검사에서 확증이 어려웠던 DNA검사 등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살해 현장 목격자도 로비트가 범인임을 80% 가량 자신하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비트에 대한 감형으로 미국 내 사형제도 부활 후 1천번째 사형 집행이 늦춰짐에 따라 사형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6년 사형제도가 부활된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가열돼 왔으며 1999년 미 전역에서 최고 98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을 고비로 지난해 사형 집행은 59건에 그치는 등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
특히 범행이 확실하지 않은 범인들이 일부 사형에 처해진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찬성 여론도 최근 상당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38개 주가 사형제도를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은 텍사스(355명)와 버지니아(94명), 오클라호마(79명) 등 3개주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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