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투자 열기 허와 실
한인 사회의 은행 투자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주 미래은행이 증자를 위해 실시한 주식 공모에 청약 첫날 예정액 1,000만달러를 크게 초과한 1,600만여달러가 몰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가 반나절만에 마감돼 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은행권에 투자 자금이 뜨겁게 몰리는 과열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인 은행들의 고성장과 은행 신설 붐을 타고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은행 투자 열기는 그러나 일부에서 투자 위험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는 ‘묻지마 투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 현황을 짚어보고 금융 및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같은 열기의 실상과 허상을 긴급 진단해본다.
신설은행 설립 자본금모집 목표 초과
상장은행 초고속 상승 사례등에 기대
“부동산 하락·금리 인상 계속될 경우
영업 부진에 따른 주가 급락 올 수도”
■현황과 배경
한인들의 은행 투자 열기는 특히 신설 은행들에 집중되고 있다. 올들어 커먼웰스 비즈니스 은행과 퍼스트 스탠다드 은행, 아이비은행 등 한인 자본이 들어간 은행 3곳이 신설됐고 출범 3·4년차인 태평양은행과 미래은행이 자본 증자를 실시했다. 은행마다 각 2,000만∼3,000만달러 규모의 자본금을 모집하는데 목표가 초과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베트남계 등 타 커뮤니티 신설 은행들에도 한인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갔으니 줄잡아 올해에만 1억달러가 훨씬 넘는 한인 자금이 은행 투자에 몰려든 셈이다. 이미 투자자 모집이 끝난 신설 은행들에는 아직도 주식 좀 살 수 없냐는 문의가 이어지는 등 투자 희망자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한인 은행들은 최근 4∼5년 부동산 시장 급상승과 한국 자금 유입, 초저금리 환경 등 여건에 힘입어 자산 규모가 3∼4배씩 초고속 성장하는 호황을 구가, 은행 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을 낳아 은행 간판만 올리면 투자 돈이 몰려드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진단
그러나 한인 은행들의 주식의 투자 가치와 성장 전망이 과연 계속 장밋빛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현재 한인 은행들의 주가는 다른 은행 업종주들에 비해 수치상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주가 평가 기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주당수익률(P/E)에서 한인 상장 은행들은 2일 종가 기준으로 한미 18.7, 나라 18.5, 중앙 18.8, 윌셔 19.8 등을 나타내 은행 업종주 평균 분포인 10∼12 보다 상당히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인 은행들의 성장세가 미국내 은행권 평균보다 크게 높아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수치상 주가가 수익에 비해 높게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설 은행들의 주식도 주당수익의 20배를 훨씬 뛰어넘어 기존 한인 상장 은행들보다도 상당히 할증돼 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상장 은행들의 장외거래가 이뤄지는 otcbb.com 자료에 따르면 새한 29.8, 유니티 21.8, 태평양 20.0 등으로 형성돼 있으며 주당수익률은 역시 20을 뛰어넘게 된다.
■전망
전문가들은 은행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부동산 경기와 금리의 향방을 꼽으며 한인 은행들의 주가 평가시 반드시 이에 따른 향후 영업 전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지금까지와 같은 고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문제없지만 만약 한인 은행권의 성장 기반들이 흔들릴 경우 한인 은행들의 가치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인 은행들의 부실 대출 비율은 자산의 0.1∼0.2%선으로 지극히 낮은 편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꺾이고 금리가 더 올라가 부실 대출이 쏟아지게 되면 순익 성장세가 멈춰 주가가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인 은행가 현황에 정통한 한 투자분석가는 “특히 후발 은행들의 경우 연 순익 규모가 200∼300만달러인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급락 상황이 닥치면 부실 대출이 한 두 건만 발생해도 순익이 단숨이 날아갈 수도 있을 것”며 “비상장은행들의 경우 성장 여력이 크지만 반대로 주식의 유동성이 떨어져 현금화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은행권 인사는 “10년전만 해도 한인 은행들은 자본금 몇 백만달러 모집에도 무척 힘들었고 실제 망해 문을 닫는 은행도 있었다”며 “현재 한인 은행들의 성장세는 놀라운 것이지만 여건 변화에 따라 한인 은행주들이 추락하는 상황도 가능하다는 데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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