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지 않던 그녀가…
뭐라고?
묻는 우리들에게 분명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나!님!한테 감사하다구!” ”
세희가 돌아왔다. 남편과 아이까지 모두 한국으로 떠난 것이 1년 전이었는데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들의 절친한 친구다. 우리가 열 몇 살일 때, 동갑내기 세희 역시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는데 클럽 활동을 한다고 남녀학교가 왔다갔다하던 시절의 퀸카였다. 당시 세희 이름을 모르면 서울 장안의 학생이 아니라 할 정도로 유명했던 그녀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매력적인 외모와 명석함, 재치와 순발력으로 사람을 끌었고 거침없는 말솜씨와 한량 열둘을 모아도 못 따라갈 마음의 활달함, 거기에 조각을 전공하는 미술학도의 예술적 기질이 더해져 세희는 어느 자리에서나 주변을 환하게 빛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과 결혼을 하더니 LA로 와서는 성공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자신의 끼를 발휘했다.
그러던 세희는 지금 몸이 아프다. 폐의 기능이 정상적인 사람의 20퍼센트에도 못 미쳐 늘 숨이 차다. 의학계에서는 이 희귀한 병을 림판지오레이오마이오마토시스라는 길고 긴 이름으로 부르지만 아직도 개발된 치료법이 없다. 허파꽈리를 싸고 있는 림프관의 근육이 두꺼워지는 병이라는데 그녀는 몸이 아프기 시작한 12년 전부터 참 씩씩하게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다.
누구를 만나도 즐거운 화제로 분위기를 이끈다. 아픈 얘기를 꺼내는 적이 없어서 우리들은 가끔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깔깔깔 즐겁게 놀다가 세희의 얼굴이 하얘지고 산소호흡기를 찾을 때가 되면 다시금 가슴이 철렁하며 그녀의 가늘게 여윈 손을 잡는다.
병세는 점점 나빠지고, 한국 행을 결정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나… 언제 갈지 모르니까… 하고 싶었던거, 한국에 다시 살아보는거 한번 해볼라구…”
한국에 사는 동안 세희는 세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갔다. “세상 떠날 때는 폼나게 가야지 그랬는데, 정작 그 시간이 되니까 무서웠어. 폼이 하나도 안 나더라”
그리고 1년만에 다시 LA로 돌아온 세희가 우리들에게 말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고 떠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감사하지?” 하나님을 믿지 않던 그녀가……뭐라고? 묻는 우리들에게 분명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나!님!한테 감사하다구!”
세희는 지난 달 새신자반 교육을 마쳤고 곧바로 QT 묵상훈련을 시작하더니 엊그제는 한 모임에 나가 간증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세상 모든 것에서 돌고 돌아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을 찾았으니 하-나-님-그 한 분! 그분이 아니시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요,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분이 아니시면 모든 것이 헛됨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분 안에서 깨끗하게 나음을 입을 그날을 믿습니다”
세희는 12월1일부터 시작된 연말 특별 새벽기도회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새벽 찬 공기를 절대 쏘이지 말라는 의사의 말도 무시한 채 산소호흡기를 메고 나와 맨 앞줄에 앉아 말씀을 듣는다.
아무래도 무리가 되었을까? 천식 합병증은 치명적이라는데, 어제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내가 하나님한테 뭐 어려운거 해달라구 그러나? 그저 남들 다 거저루 쉬는 숨 한번 맘껏 쉬어보구 싶다는건데…” 우리 얼굴이 어두워질라 치면 그녀는 얼른 덧붙인다. “괜찮어. 다 날거야. 빨리 나아서 아프리카 선교 같이 가자!” 씩씩한 우리 친구, 세희…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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