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예술이다.
한국에서도 잘 못 만나던 사촌 동생이 다른 도시로 유학 왔다가 또 몇 년이 지나서 뉴욕을 방문했는데, “언니 이 동네 인구는 몇명이예요?”서부터 시작해 나의 개인적인 사소한 일에까지 이것저것 얼마나 질문을 해대는지, 일일이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얘, 넌 뭐가 그렇게도
궁금한 게 많으냐”고 했더니, 자기는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에게 질문을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배웠기에 언니 기분 좋으라고 그랬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대화(Conversation)는 예술(Art)이다. 마치 작곡가가 음표로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말’이라고 하는 수단을 갖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을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말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대화하는 태도는 그 사람이 갈고 닦은 인격과 품격과 교양과 지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예술작품과 다른 것은 대화는 꼭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글쎄 그 사람 말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남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는 어떤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 회의석상이 아닌 다음에는 어느 상황에서건 대화는 사교의 수단이다. 따라서 대화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대화를 통해 대인관계를 돈독히 하고 넓혀갈 수 있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고 가꾸어나가야 할 것 같다. 1년을 마감하는 이 때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는 온갖 행사에 초대를 받게 된다. 둥그런 테이블에 10여명이 둘러앉고 보면 주로는 친한 사람, 안면이 있는 사람 또는 초면인 사람이 섞이기 마련이다. 우선 가장 흔하게 대화를 여는 주제는 자기소개, 그리고 날씨 또는 음식이야기 등이지만, 그 이후로 나누게 되는 대화야 말로 그 모임의 분위기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생긴 대로 살지 뭐...하지 말고, 이번 연말에는 새삼스럽게 자신의 교양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해보면 어떨까 한다. 첫째, 혼자서 너무 길게 이야기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자기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사람들은 특히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할 것이다. 여행이나 책, 영화 등 자기의 취미나 교양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이 좋다. 셋째, 어떤 사람의 결혼생활 자식문제 교회문제 사업상의 문제 등 개인의 일신상의 문제보다는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넷째, 옆 사람과 속삭이지 말아야할 것이다. 서로지간에 [왕 따]의 근원이 된다. 다섯째, 큰 소리로 말하거나 크게 웃는 사람들을 서양사회에서는 ‘교육받지 못한 사람’ 취급을 한다. 큰 목소리 큰 웃음 과장된 손짓을 자제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는 태도이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동안 자기가 이야기할 내용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러니 다른 사람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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