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무역수지가 핵심

10월 중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689억달러로 9월에 이어 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릿의 예상치인 630억달러를 10% 가까이 상회하는 것으로, 올해 4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국제수지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으로, 다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누어진다. 경상수지는 일반적인 상거래, 즉 각종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과 수입에서 발생한 수지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재화의 거래에서 생기는 무역수지, 해외 여행이나 보험료, 로열티 등에서 발생하는 무역외수지, 그리고 국가간에 수수되는 무상증여를 나타내는 이전거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무역수지가 차지하는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중 대략 95% 이상이 무역수지 적자인 것이다.
무역수지의 적자는 수입이 수출 보다 많았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내 수요가 상대적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생산에 의해 충족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스웨터나 면바지가 미국산 제품을 대체했다는 얘기고, 미국 사람들이 해외로부터의 경쟁에 밀려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10월의 적자를 교역 대상국별로 보면, 중국과의 적자가 205억 달러로 전체 적자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는 이러한 과도한 적자가 중국의 불공정한 환율정책에 기인한다고 보고 보복의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를 가져오게 되는데, 경상수지 적자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것 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한 결과가 된다. 우리네 살림살이와 견주어 얘기하자면, 한달 소득이 5,000달러인 집에서 7,000달러를 소비하는 경우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간에 저축한 돈에서 2,000달러를 꺼내 쓰든지, 저축한 돈이 없으면 크레딧 카드나 홈 에퀴티의 빚을 늘려야 한다. 국제수지의 경우도 비슷하여, 경상수지의 적자는 그 나라의 대외 자산의 감소 또는 대외 채무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러한 대외 자산이나 채무의 변동을 보여주는 것이 자본수지다.
경상수지가 적자일 경우는 해외로부터의 차입이 늘어나 국내로 돈이 들어오게 되므로 자본수지는 흑자가 되고, 반대의 경우는 자본수지가 적자가 되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한 전체 국제수지는 균형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경우가 이렇다 보니, 항상 균형이 되는 전체 수지는 의미가 별로 없고, 경상수지 특히 무역수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중국의 미국 정부채권 보유와 연결해서, 좀 더 단순하고 극적으로 얘기하자면, 중국 사람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미국에 물건을 팔아 번 돈이 다시 미국에 투자되어 미국 사람들의 부족한 주머니를 채우고, 그 돈이 또 다시 중국제 물건을 사는 데 사용되는, 좀 이상해 보이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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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