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우드스톡 초등학교의 킨더가든 클래스에 24명의 어린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교사가 큰 포스터 종이를 들더니 커다란 원 모양을 잘라냈다. 빨간 색의 원이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린 눈망울이 둥근 원을 쳐다보고 있다. 이러한 질문은 식은 죽 먹기이다. 그러나 교사의 질문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았다. 둥근 원을 영어로 대답하는 것이라면 바보가 아니면 모를 킨더가든 학생이 없겠지만 답을 중국어로 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중국어 열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전국 2,400개 고교 “중국어 AP클래스 만들겠다”
킨더가든에서 대학까지 ‘원어 강좌’ 연계 추진
시카고, 보스턴, 휴스턴 등 대도시 교육구도 준비
연방의회, 공립교 중국어 지원 13억달러 배정 검토
중국어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동안 미국에서 중국어는 생소한 언어에 속했다.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중국어 학습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초등학교에 중국어 교육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다시 우드스톡 킨더가든 중국어 클래스로 돌아가 본다. 학생들이 교사의 질문에 답한다. 교사가 자른 커다란 원을 보고 “유엔”(circle)하고 외친다. 학생들은 다른 다양한 모양을 가리키며 묻는 교사의 질문에 큰 소리로 답을 하고 따라한다.
우드스톡 킨더가든의 중국어 학습은 연방정부의 지원과 독려에 힘입어 실시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차원에서 중국어 학습에 불을 댕긴 것이다. 상대를 알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정책차원에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미미하다. 2만4,000명 정도다. 그나마 거의 고등학생들이다. 300만 명이나 공부하는 스패니시, 그리고 그 다음 서열인 프랑스어, 독일어에 비하면 조족지혈의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어 학습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카고, 필라델피아, 보스턴, 휴스턴 등 대도시의 교육구들에서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칼리지보드의 세계 언어 이니셔티브가 2003년 전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이탈리아어, 일본어, 러시아어, 중국어 가운데 AP 클래스에 새로 추가하고 싶은 언어가 무엇이냐는 설문을 했다. 이탈리아어는 240개교, 일본어는 175개교, 러시아어는 50개교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어를 AP클래스에 넣겠다고 한 고교는 2,400개였다. 나머지 3개 언어를 합친 것보다 5배나 많았다. 칼리지 보드 세계 언어 이니셔티브의 디렉터인 톰 매츠는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강한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AP클래스에서 중국어가 각광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연방상원 외교위원회는 공립학교에서 중국어 학습을 진작하기 위해 13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중국정부의 교육부는 켄터키, 캔자스 주와 중국어 학습 지원을 위한 협조체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교사를 교환하고 훈련시키는 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중국어 학습 과정을 킨더가든에서부터 대학에까지 연결 짓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다. 교육구와 오리건 대학은 정부로부터 70만 달러의 무상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가서도 거의 중국어로 강의를 듣는다. 대학 3학년이 되면 중국 난징대학에 가서 공부할 기회가 부여된다. 다른 학교들에서도 본보기로 삼도록 마련된 모델 프로그램이다.
우드스톡 중국어 프로그램이 8년 전 처음 생겼을 때 학생들은 거의 아시안이었으나 점점 다인종이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올해는 정원초과로 대기자들이 수두룩하게 있었다. 자녀를 중국어 클래스에 꼭 집어넣고 싶었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던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우드스톡 킨더가든 학생들은 지난해 9월만 해도 중국어를 단 한마디도 못했었다. 그러나 불과 약 3개월 만에 통역 없이도 교사의 말을 알아 들게 됐다. 4학년이 되면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언어를 쉽게 습득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중국어 뿐 아니라 수학이나 과학 클래스도 중국어로 가르친다. 이 클래스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중국어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어 학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유능한 중국어 교사를 확보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그 동안 유럽 중심의 언어프로그램이 주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유럽보다는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엄청난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외면하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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