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동호회 회원들이 랩탑에 저장된 연습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광남 회장(아랫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운식 총무, 김선길, 성종신, 김상진씨.
건강정보센터에서 포토샵 강의하는 김광남·김운식 할아버지
매주 화요일 지도, 동호회원 젊은층부터 노인층까지 다양
신세대에 비해 쏟아지는 컴퓨터 용어와 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세대가 느끼는 피로감을 일러 ‘디지털 갭’(Digital Gap)이란 용어까지 탄생했지만 이 말을 무색케 하는 60~70대 한인들이 있다.
주인공들은 지난 12월부터 OC 한인건강정보센터 프로그램으로 포토샵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 소위 구세대로 취급될 나이에 접어들면 디지털 카메라 사용 설명서만 봐도 머리가 아플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이들은 무참히(?) 깨버렸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찍은 사진에 ‘나만의 터치’를 가해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에서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인 포토샵을 배우고 가르치는 동호회가 탄생했다.
동호회의 강사는 절친한 지기인 김광남(회장·72), 김운식(총무·67)씨.
김 회장은 평소 컴퓨터 관련 분야에 종사하며 컴퓨터와 디지털 사진 분야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였고, 김 총무는 4년 전 세리토스 칼리지에서 관련 수업을 들으며 이미 신기술을 따라잡는데 있어서는 ‘신세대’로 탈바꿈한 터였다.
이들의 동호회 소식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중년~노년층 한인들에게 알려졌고 대부분 장년층 이상으로 15명 회원의 포토샵 동호회가 구성돼 매주 화요일 저녁 2시간씩 랩탑 속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지난 28일 저녁 가든그로브 OC 한인건강정보센터 미팅룸. 폭우로 이날은 유독 출석률이 낮았지만 머리가 하얀 노인부터 20대 후반의 젊은이까지 모두 랩탑 컴퓨터를 켜 놓고 눈은 모니터에 고정돼 있었다.
언뜻 젊은 강사가 중장년을 위한 컴퓨터 교실을 열고 있다고 상상할 만한 풍경이었지만, 랩탑에 프로젝터까지 연결시켜 가르치는 쪽은 가장 고령의 김광남 회장이었다.
이날 주제는 인물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는 방법. 아름다운 카레이서의 얼굴이 김 회장의 손가락에 따라 밝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다. 함께 가르치는 김운식 총무의 랩탑에는 ‘얼굴에서 점 빼기’ ‘배경계절 바꾸기’ ‘낚시 생선 월척으로 만들기’ 등 다양한 연습 작품들이 가득했다.
김 총무는 “포토샵은 정규 학교나 학원에 가지 않는 한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모르고 한평생을 살았다면 너무 불쌍할 뻔했다”며 신기술 따라잡으며 얻은 기쁨과 자신감을 표출했다.
신세대의 상징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을 두려움이 아닌 즐길 대상으로 탈바꿈시켜 놓은 이들에겐 중장년의 위기도 노년의 허망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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