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지친 사람들이 마실 것과 군것질 거리를 사러 들르는 것으로 여겨지는 편의점이 온갖 청구서를 지불하고, 수표를 현찰로 바꾸고 송금도 하고 셀폰 통화시간을 사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평판을 얻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몇개 주요 편의점 체인 안에 자리잡고 있던 ATM에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수표 현찰로 바꾸거나
온갖 청구서 지불기능에
송금·e메일 체크까지
세븐일레븐 가장 앞장
사용료 2달러 “너무간편”
가장 앞선 것은 ‘세븐 일레븐’이다. 올해부터 ‘V컴’이라 불리는 맞춤 터미널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1,000개가 넘게 설치된 이 초강력 ATM은 현금도 내주고, ‘버라이즌’의 셀폰 서비스도 판매하며, 고객이 각종 청구서를 지불하고, 송금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수표도 페니까지 정확하게 현금으로 바꿔 주면서 그 수표의 앞뒤 모양이 디지털 사진으로 찍힌 영수증을 내준다.
‘세븐 일레븐’에 질세라 ‘엑슨 모빌’과 ‘서클 K’도 일부 지역에 청구서 지불 기능을 갖춘 수퍼 ATM을 들여 놓고 곧 전국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수노코’도 비슷한 종류의 키오스크를 시험 설치했는데 이런 기계들은 곧 크고 작은 편의점의 기본장비가 될 전망이다. ‘엑슨 모빌’과 ‘서클 K’‘수노코’를 비롯한 몇개 업체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 ‘인포 터치 테크놀로지스’의 하메드 샤바지 사장은 “편의점들이 은행을 이용하지 못한는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 되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클 K’와 ‘엑슨 모빌’의 기계에 비하면 ‘세븐 일레븐’의 ‘V콤’은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능이 많아 어떤 손님은 복잡하고 혼동스러워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고 1달러75센트인 사용료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싱귤러 와이얼리스’의 청구서 지불 키오스크를 이용한 손님은 사용료가 2달러고 동전을 받지 않아 달러 단위로 총액을 반올림해 지불했지만 편하고 쉬워서 다음에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엑슨 모빌’과 ‘서클 K’에 설치된 것과 같은 기종인 ‘싱귤러’의 ATM을 사용하는 사람이 하루에 최소한 50명, 주말엔 더 많은데 기계 안에 현찰이 꽉 차서 더 받지 못할 때 빼놓고는 말썽이 난 적이 없다고 매장 직원은 말했다.
편의점들은 이 키오스크 설치가 장사에도 도움된다고 말한다. 송금이나 청구서 지불을 기계가 처리하면 캐시어가 간여하지 않아도 되므로 종업원 절도의 위험이 줄어드는 한편 직원들의 일손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구서를 지불하거나 현금을 찾으러 매장에 들어 온 손님이 ATM 주변에 진열된 소다나 샌드위치를 집어들 가능성도 커진다. 고객들은 프라이버시도 누리고, 청구서 지불하러 다른 곳으로 갈 필요도 없어지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것이다.
새로운 ATM 터미널 설치로 편의점내 다른 식품이나 제품 매출이 얼마나 신장됐는지 정확히 가려내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다른 곳에서 하던 청구서 지불 등을 편의점에서 하도록 습관을 바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2004년에 ‘e위즈’ 청구서 지불 터미널을 설치하기 시작한 테네시주 멤피스의 ‘엑슨 모빌’의 매장 서비스 담당 매니저 데이빗 테일러는 새로운 고객이 들어와 기계를 사용하고 아주 편리하다고 좋아하면 정말로 기쁘다면서 청구서 지불하려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지 않고 가까운 길모퉁이 편의점을 이용하면 얼마나 살기가 편해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렇지만 은행구좌가 없는 사람만 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의 ‘V콤’ 키오스크의 청구서 지불을 처리하는 회사 ‘초이스페이’는 본사가 위치한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몇개 수퍼마켓에도 청구서 지불 터미널을 설치했다. 그 터미널에서 처리되는 페이먼트는 보통 월 1,500~2,000건으로 85%가 현찰로 지불되지만 고객의 55%는 체킹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렉 아델슨 초이스페이 사장은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도 거래건수와 거래액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아델슨은 그것은 공공요금이 인상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편의점 ATM에 돈을 지불하고 즉시 크레딧을 받는 것을 편안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V콤’ 프로그램의 목표는 ‘세븐 일레븐’을 주요 금융서비스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이 회사의 비지니스 개발 담당 부사장 릭 업다이크에 따르면 ‘세븐 일레븐’은 고객이 어느 은행 구좌에나 입금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V콤’ 키오스크를 국내 5,400개 매장 전체에 설치할 계획이다.
다른 소매업체와 은행들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엑슨모빌’은 현재까지 77개소에 설치한 ‘e위즈’를 전 매장에 기본 장비로 갖출 계획이다. 아울러 청구서 지불 한 건에 3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이 터미널에 마니 오더와 전화카드 판매등 몇가지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서클K’의 ‘잽링크’ 터미널은 이미 청구서 지불(수수료 3달러)과 웹 브라우징 기능을 갖춰 고객들이 e메일도 체크할 수 있다. 곧 머니 오더 등 다른 기능도 추가되는데 그렇다고 기존의 ATM이 금방 철거되지는 않을 것 같다. 두 기계에 모이는 손님이 전혀 다르고, 두 기계가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ATM에서 현금을 찾는 사람들은 청구서 지불하려고 사람들이 자기 뒤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클 K’는 ‘잽링크’ 터미널 설치 장소로 일부러 아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지의 이민자가 많이 사는 곳을 택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으므로 편의점에서 청구서를 지불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많이 사는 곳의 ‘세븐 일레븐’ 몇군데서는 기계의 언어 선택 기능중 스페인어가 가장 많이 선택된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