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희
지난 4월에는 2006-2007년도 새학기 신입생 모집을 위해 동료 교사들과 LA 인근 중학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의 해당 거주 지역의 학교가 LA고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미리 9학년에 택할 과목을 정하고 LA고교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운데 많은 한인 학생들이 재학중인 한 중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잠시 동안이지만 이것이 혹여 내 책임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인 타운 중심부에 있으면서 한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외면하고 고작 갈데가 없어야 마지막으로 들르는 학교로 치부되는데는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인 부모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겪는 일 중의 하나는 자녀 교육 때문에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든지, LA 통합교육국의 Open Enrollment(개방 등록제)를 이용하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든지, 아니면 차터스쿨이나 사립학교를 가는 것이다.
개방등록제란 LA교육국에 속해 있는 어떤 학교든 학생수가 미달된 학교에 누구든 신청하여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생의 거주지에 따라 학교가 정해지지만 만약 부모나 학생이 해당 지역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를 가고 싶은 경우 원하는 학교의 미달된 정원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는 5월 1일부터 배부하며 자세한 안내는 LA 통합 교육국 웹사이트(www.lausd.net)에 들어가서 오른쪽 상단, LAUSD News 부분의 Open Enrollment를 클릭하면 2006-2007년도 LA 통합 교육국 초중고교의 개방 등록 현황을 알 수 있다. 신청서는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해당 학교에서 얻을 수 있으며 마감은 5월 26일이다. LA근교 학교의 경우 신청자가 많아 신청 첫날 접수해야 한다.
문제는 개방 등록제를 신청하여 거리가 먼 지역의 학교를 다닐 경우 학생들은 아침 저녁 한 두시간 걸리는 거리를 버스로 통학해야 하는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대학 준비도 해야 하고 방과후 학교 활동은 접어두고라도 통학하느라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개방 등록제를 통해 들어간 학생들의 불만이다.
또 다른 선택은 한인타운 근교의 Charter School(차터스쿨)인데 차터스쿨이란 주정부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이면서 사립학교처럼 교육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독립적인 학사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역시 한인타운 근교의 차터스쿨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차터스쿨에서는 우수한 한인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여 학교의 질을 높이려 애쓰지만 한인 부모들은 학비가 무료인 점에는 호감을 가지면서 아직 학교 운영체제가 검증된 것이 없어 다들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격증을 갖춘 교사들, 쾌적한 학교 시설, 대학 준비를 위한 수준 높은 과목이 있는지의 여부, 제 2외국어 선택 과목의 다양성, 또 졸업률이나 대학 진학률에 대한 세부적 사항까지는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부모님들이 선뜩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반해 명문 사립학교는 학비가 비싼 것은 둘째치고 들어가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학부모의 참여까지도 요구하고 있어 역시 한인 부모들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인 타운 근교에 자녀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웬만한 학교는 없는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것은 해마다 겪는 문제이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좋은 학교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 결코 좋은 학교 한 가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많은 우수한 한인 학생들이 반짝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유는 결코 쓸만한 학교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우수한 학생들을 방치한 한인 사회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자녀들을 평범하고 소리 나지 않게 키우는 일, 도 닦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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