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죄 적용 가능 주의해야
‘너 죽어’와 ‘I will kill you’는 죽인다는 의미의 언어적 차이가 없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적인 사회 관습과 미국적인 사회 관습에서 이 두말이 갖는 의미는 엄청나게 다르다.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죽을 일도 많고 죽일 일도 많은지. 조금만 배가 고파도 ‘아유 배고파 죽겠다’이고, 남과 말다툼이나 언짢은 일이 벌어질 때는 흥분한 끝에 ‘야, 너 죽을래’ 아니면 ‘너 죽인다’이다. 그러나 어느 한국인 치고 그렇게 많이 죽인다(death)를 입에 달고 다녀도 실제 그런 말한 끝에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한 예는 없다. 결국 한인들의 ‘죽겠다’나 ‘죽인다’는 의미는 진짜 death가 아닌 그저 감정의 표현쯤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이런 언어 때문에 한국에서 법적인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다. 그것은 한국의 사회 관습이 그런 언어의 습관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너 죽어’나 ‘죽인다’의 의미는 엄청난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일 한국인끼리 감정 싸움에서 한국에서처럼 ‘너 죽어’가 영어로 둔갑해 ‘I will kill you’로 직역된다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 몇 명을 가져다놔도 형사처벌을 면하기가 어렵다.
서로의 관계가 좋지 않던 A씨와 B씨. 평소 B씨의 불공손한 태도에 어느날 약이 오를대로 오른 A씨는 “내가 그놈 죽여버리고 만다”를 내뱉고 말았다. 이 말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은 말이라면 별문제가 없었으련만 미국인 B씨는 이것을 자기를 죽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법정에 가기에 이른다. 엄연히 미국에서는 “I will kill you”를 말하게 되면 목숨을 위협하는 것(death threat)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법정에 서게 된 A씨는 그 자신이 정말 B씨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사회 관습적 차이에서 오는 언어문제였다는 것을 변호사를 통해 잘 설명해 위기를 넘겼다.
한국말에서의 ‘너 죽어’와 영어의 ‘I will kill you’가 다른 의미로 쓰여진다는 것을 미국의 재판정에서 오래된 관습의 차이와 심리적인 차이의 의미까지 설명하면서 납득을 시켜야한다. 이러한 예는 두 개의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하나는 ‘로마에서는 로마인답게 행동해야 된다’는 교훈, 다른 하나는 변호사를 선정할 때 그러한 문화적 차이나 말의 뉘앙스 등을 잘 설명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310)312-3113
방일영
<변호사·M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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