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맘때 월드컵 4강의 신화적인 달성으로 온국민과 전세계의 한국인들은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훌륭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어느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저마다 겪은 감동이 워낙 크고 강렬하여서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방망이질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이후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우냐고 물으면 어느 누구하나 주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껏 자녀들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키워주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해 오던 우리 해외거주 교포 어른들은, 심지어 자신들조차 평생에 한국인임이 이렇게 떳떳한 적이 없었음에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지요. 아이들 중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확립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진리조차 함께 깨달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제껏 자신이 포기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다가 자신의 꿈을 다시 발견하고 나도 태극전사들처럼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는 것이구나 라고 깨닫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비록 이번 월드컵은 16강 진출에 실패하여 지난번과 같은 깊은 감동을 선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민의 자존감이 4강 진출 그 이전으로 다시 추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좌절이나, 깊은 실망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왜 일까요? 4년전 신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여유로움 덕분입니다. 그 것은 바로 경험한 자의 여유일 것입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엔 또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월드컵의 경험이 주는 수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오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경험” 그 자체에 관한 것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이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이와는 …”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정말 경험해보고 나니 경험하기 전과는 나의 사람됨에 말로 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있구나” “이전의 나는 어린 아이와 같았구나”라는 느낌을 대변하는 말들이지요. 월드컵 4강의 경험을 해 보기 전에는 우리 모두는 16강의 꿈, 막연한 희망에 가슴 졸였지만 실제로 꿈이 이루어 진 경험을 한 후의 우리는 다른 사람들임을 느낍니다. 다 “경험”의 힘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배려하여야 하겠습니다. 경험 중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뜻하는 일을 해보는 경험은 정말 값진 경험입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경험은 고사하고 뜻을 두고자 하는 일에서조차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우리의 자녀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작은 경험들을 자꾸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실패하는 경험도 절대로 헛된 경험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패배하는 어려운 경험속에서도 그래서 “오대영”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들어가면서도 꿋꿋이 믿어주고 격려하며 훈련시켜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심지어 선수자신들까지도 놀라게 하고,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던 이들까지 감동시킨 히딩크 감독같이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우리 부모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남의 경험을 보고도 배울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대리경험(vicarious learning)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천수가 아니고 안정환이 아니고 박지성이 아니라도 우리 모두 응원장에서, 길거리에서, TV 앞에서도 깊은 경험을 하였기에 말입니다.
이번 여름 일상을 깨는 경험, 어려움 속에도 꿈을 잃지 않는 경험, 뜻을 세우고 꿈을 이루는 경험들을 자녀들이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와 환경이 허락되기를 기원합니다.
(213)386-4411
양민
<닥터양교육센터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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