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와 워싱턴 DC 등 동부지역 한인사회가 요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럽다.
윌리엄 쉐이퍼 메릴랜드주 감사관이 지난 5일 주공공사업위원회에서 행한 한인 관련 망언 때문이다.
쉐이퍼 감사관은 한국과 북한을 구분치 못하고 한국이 마치 미국을 목표로 미사일을 쏘는 나라라고 언급, 한인사회를 경악케했다.(관련기사 1면)
여기에 더해 그는 미국내 외국인 영어교육 프로그램(ESOL) 예산 지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담아 한인 학생을 언급하면서 왜 미국은 모든 사람을 이민으로 받아들이고 영어를 가르쳐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85세의 고령을 감안한다면 그의 발언이 악의가 없는 우발적 실언일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메릴랜드 주지사까지 지낸 고위공직자가 이토록 한국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몇달전의 일이다.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 재경관과 국무부 동아시아과 북한 담당자 등이 참석한 한국 관련 세미나가 포트워스에서 열린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산업연구원의 자매연구기관인 워싱턴 소재 KEI의 찰스 프릿처드 원장은 한국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번째 이라크 파병국이라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의 술렁임이 곧바로 흘러나왔다. 국제통들로 보이는 그 자리의 미국인들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사실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 한국정부는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이 사안으로 인해 국론 분열 양상은 심화됐고 집권여당 내부에서 조차도 실리파와 명분파 간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진통을 겪고 내려진 파병결정이건만 참여정부는 미국정부와의 ‘딜’에서 가시적 성과를 따내지 못했다. 당시에 이를 두고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파병 이슈와 무비자 입국 혹은 특별 영주권 쿼타 등을 연계하지 못한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에서 보듯 우리 한(국)인들은 더이상 무임승차자들이 아니다. 이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방위비 분담문제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한 대다수의 한인들은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성실히 세금을 낸다. 따라서 미국 생활과 관련된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한인 이민자들이 납세자들의 도움만 받는 것처럼 언급한 것은 무지에서 나온 모욕이다.
쉐이퍼의 망언에 대한 동부지역 한인사회의 민첩한 대응은 평가받을 만하다. 더욱이 이번 발언파문을 유권자 운동으로 확대, 발전시켜 오는 11월 예비선거 등에서 라틴계 및 타 아시안계와 연대해 이민자들의 역량을 보여주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얘기다.
이번 기회에 더이상 한인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류 정치인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한인들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은 큰 댓가를 치룰 수 있다는 점을 보팅파워(Voting Power)로 보여줄 준비를 하자. 그들이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면 이제는 우리의 역량을 통해 제대로 가르쳐줘야 한다.
<김영걸 본사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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