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정대는 마추피추 지역에서 이틀간 등반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뜻밖에 철도 노조가 하룻동안 파업을 벌여 우르밤바 밸리 지역에서 등반을 하게 됐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유케이 여관을 나선 뒤 4km를 강행군, 우르밤바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마라스’라는 고원지대다. 고도계를 보니 벌써 해발 3,140m다. 아침부터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강행군한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이러한 피로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맑은 하늘 아래 고산지대의 평원이 펼쳐졌고 멀리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 산맥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페루는 남반구여서 미국과 계절이 반대인데 마침 밀과 보리가 익고 있던 고원은 그야말로 황금빛 평원이었다. 특히 저 멀리 베로니카(5,750m), 처콘(5,500m) 등 내놓으라하는 안데스의 거봉들이 구름을 이고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길가에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워낙 공기가 맑아 멀리 떨어져 있는 마라스 마을까지 또렷이 보였다. 여기가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로 가는 길목이다. 마침 지나가는 원주민 여자가 있어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안내원을 빼고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데 마침 아버지를 따라 이번 원정대에 참가한 대학생 한명이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 많은 도움이 됐다. 대원들 대부분이 3,000m가 넘는 고산지대 등반이 처음이어서 행군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 이미 몇몇 대원들은 숨이 차고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오전 동안 고원 산행을 마친 원정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유적지가 많은 세이크리드 밸리로 향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마을 토속 식당에서는 남녀 혼성 악사들이 잉카인들의 민속 악기로 귀에 익은 ‘엘콘도르 파사’등의 음악을 연주해 흥을 돋우기도 했다. 식사 후 원정대는 우르밤바강의 잉카 트레일 다리를 건너 목적지로 향하면서 황토를 이용해 전통가옥을 짓는 모습이나 양떼를 모는 소녀 등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갑자기 민속 의상을 입은 동네 아이들이 나타나 원정대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원정대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한 어린이가 대원들 앞에 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귀엽다는 생각에 1솔(페루의 화폐단위: 1달러=3.25솔)을 건넸더니 다른 아이들도 손을 내민다. 모두에게 1솔씩 나눠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해졌더니 원정대를 계속 따라 다녔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숨이 턱까지 차는 등 고산병 증세에 시달렸지만 마침내 목적지인 곡물창고 유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로 쌓아올린 이 유적이 왜 이곳에 위치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에는 아마존강의 상류인 우루밤바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있었다. <홍종학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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