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뜻하는 비지니스(business)라는 말은 ‘바쁨’(busy-ness)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일하고 사업하는 것은 바쁜 것입니다. 이 시대의 특징은 ‘바쁘다 바빠’ 입니다.
최근에 한국 대법원에서 오랫동안 대법관 비서 역을 하다가 은퇴한 분은 저녁 식사를 한 번도 먹은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너무 바빠서 저녁 드실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아직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에게 “뭐 문제가 있어 아기를 갖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사업하느라 바빠, 교회에 오면 봉사하느라고 바빠 부부가 함께 할 시간이 없어 애가 없어요”라고 답해 놀랐습니다.
저는 성도들에게 “1주일에 한번은 푹 쉬어야 하지요. 성경의 제 4계명도 ‘안식일을 지켜라’인데 주일만큼은 주님 안에서 푹 쉬어야 합니다”라고 항상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쉬는 주일에 저나 성도들이나 웬 일이 이렇게 많은지 쉼이 없는 안식일이 되어버렸음을 인정합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일 년에 20일 동안 특별 새벽 부흥회를 갖습니다. 이때는 수백 명의 성도들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새벽마다 나와서 부르짖고 기도하지만 종일 일하면서 새벽부터 나오자니 비몽사몽 속에서 매우 힘들어합니다. 이민자에게, 특별히 교회 다니는 분들에게 쉰다는 것은 강 건너간 나룻배 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일중독자들은 쉬고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놀고먹는 것에 죄책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성도들은 뜨거운 세탁소에서 비지땀을 흘리는데 나는 목사로서 휴가나 가면 되나?” “안되지!” 그렇게 자문자답하면서 스스로 의롭다 생각하고 안식년도 한번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50세가 넘으니까 먼저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큰일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제야 깨닫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억지로라도 쉬게 하십니다. 프린스턴 신학교 구약학 교수인 데니스 올슨 박사는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 바쁘다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최근 방울토마토 모종을 사택 뒤뜰에 심었습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흙냄새가 토마토 모종에서 나는 생명의 냄새와 함께 신선한 감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나님도 쉬셨는데 나도 좀 쉬어 가자.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애써 봅니다. 잠깐이라도 쉬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민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봅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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