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고원씨가 지도하는 창작교실 ‘글마루’가 20주년을 맞았다.
86년 8월3일 LA에서 글마루 문패를 내건 지 만 20년이 된 것이다.
지난 20년간 글마루는 문학 열병을 앓는 ‘문학 장년’들에게 충실하게 창작의 길잡이 역을 하면서 91년부터 격년으로 글마루 문집을 발행하기 시작해 95년 이를 연간 체제로 전환하고 이번 14호를 20주년 기념 특대호로 내놨다.
“미주 이민문학사를 쓴다면 글마루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글마루 출신의 문인들은 말한다. 남가주에서는 첫 창작교실이었던 데다 미주 한인문인 배출의 밭 역할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원 선생은 글마루 20주년 기념호 책머리에서 지난 20년을 회고하며 글마루에 등록했던 사람이 거의 100명쯤 되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주위에서는 이 창작교실을 스쳐간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좀 들쑥날쑥한 자료이긴 하나 각종 문예공모 입상자와 책 출판현황을 중심으로 파악한 글마루 회원 활동상을 보면 일부 중복된 사람을 포함해 80여 문인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글마루의 뿌리는 넓고 깊다.
그 중에는 미주 한국문협 전·현 이사장인 정옥희·이성열, 전 시문학회장 조성희, 전·현 소설가협회장 조정희·이용우씨와 정찬열, 석상길, 최경희, 이청자, 정해정, 배희경, 그리고 가장 오래 글마루 총무를 맡았던 김동찬씨 등이 포함돼 있다.
글마루는 연 2학기제로 각 학기는 10번의 강의로 구성된다. 첫째, 셋째 월요일이 강의일. 하지만 글마루에는 졸업이나 기수 개념이 없다고 한다. 들은 사람이 또 듣고, 등단 10년이 넘는 문인이 등단을 꿈꾸는 문학 동호인과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기도 한다.
시인 김동찬은 이런 글마루의 역할에 대해 “1세 이민자들의 막연한 문학적 향수나 열정이 문학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그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곳”이라면서 “문학을 배우기도 하지만 배운 것을 서로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글마루 회원들은 창작교실을 지도하는 고원 시인에 대해 존경할 만한 원로시인이면서 동시에 문학자여서 창작실기와 다양하고 깊은 문학 지식을 한 자리에서 접할 기회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여러 대학의 강단을 거쳐 지금은 라번대 교수로 출강하면서 세계문학에 두루 박식한 그에게서 문학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매 학기별로 일정액의 운영경비를 부담하나 강사료는 개스값 정도이고, 그냥 문학이 좋아 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이번에 나온 글마루 20주년 기념호는 ‘글마루 20년을 돌아본다’‘추모기획 고 박양권 시인 작품선’‘회원작품’순으로 되어 있다. 기념식은 3일 오후 6시40분 LA 한미교육원(680 Wilshire Pl.). <안상호 기자>
글마루의 고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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