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경(취재1부 차장대우)
각 방송사에서 앞다퉈 방영하고 있는 ‘리얼리티 쇼(Reality Show)’가 정말 영양가 하나 없는 ‘쓰레기(trash)’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조차 매 시즌마다 이를 녹화해가며 보고 있다. 정말 남는 것은 하나 없지만 그때그때 재미에 혹해 각종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봐왔다.
특히 100만 달러의 상금을 얻기 위해 참가자들끼리 외딴 섬에서 생존 경쟁(survival game)을 벌이는 CBS의 ‘서바이버’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경쟁과 전략, 속임수, 이간질 등이 흥미로워 여러 시즌 째 관심 있게 방청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이게 웬걸, 총책임 프로듀서가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참가자 20명을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4개의 인종으로 나눠 팀을 구성하는 새로운 시즌 주제를 공식으로 밝혔다.
미국과 같이 다인종이 모여살고 잊힐 때쯤이면 인종차별, 인종혐오 문제가 발생하는 나라의 주요 방송사에서 주요 방송시간 대에 인종끼리 팀을 구성하는 아이디어라니, 정말 발상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특히 인종간 고정관념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미국에서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미 ‘흑인은 수영을 못해 안 된다’, ‘흑인 여성들은 쇼가 시작되자마자 임신할 것이다’, ‘아시안은 외딴 섬에서도 전자 시스템을 마련해 유리하다’, ‘히스패닉은 다른 팀이 피하는 잡일을 모두 도맡아 할 것이다’ 등이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뉴욕시의회 소수계 의원들이 나서 ‘인종별 고정 관념 문제를 야기하고 인종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중지하거나 주제를 시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주요 언론사도 뉴욕시 정치인들의 활동을 비중 있게 다뤘다. 또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제네럴모터스(GM), 홈디포(Home Depot), 캠벨 스프사, 코카콜라 등 굵
직한 대기업들이 광고 후원을 잇달아 철회하기 시작했다.
오는 9월14일에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시청자들에게는 일단 ‘시청 거부’의 특권이 있다. 커뮤니티가 반대하든 정치인들이 캠페인을 전개하든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CBS 서바이버 프로듀서 팀에 리얼리티 쇼도 어느 정도 ‘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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