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1부 차장)
한국어를 제2 외국어 정식 과목으로 개설하고자 그간 뉴욕 일원 한인들이 쏟은 정성과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하지만 한국어가 뉴욕시 공립학교에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올해로 4년째 접어든 브롱스 과학고는 아직까지 한 개 학급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가 11일 담당교사 즉각 해임을 통보하면서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뉴욕시 공립학교 최초로 한국어를 정식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채택했던 스타이브센트 고교도 올해로 7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 2개 학급 운영에 그치고 있다. 한때 필수과목 전환을 약속했던 학교는 개학 직후 태도를 바꿔 학급 축소를 요구하거나 교사 자격증 시비로 한국어반이 폐지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다른 과목과 달리 제2외국어 과목은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교사들끼리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다. 학급을 한 개 늘리거나 줄이는 일이 교사 자신의 입지를 굳히느냐 밀리느냐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학교의 등록 정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떤 외국어 과목의 수강생이 늘어나면 또 다른 외국어 과목의 수강생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는 교사 입장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 신분을 넘나들어야 하고 결국 수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어 과목 개설 초기에는 학급 수가 적어 크게 경계하지 않던 다른 제2외국어 교사들이 한국어 학급 증설에 유달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유럽 이민자 출신 배경을 지닌 대다수 미국인 교사 입장에서도 이탈리아어, 라틴어, 서반아어 등의 수강생 확보 및 유지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기세등등하던 중국어반과 일본어반까지 한류열풍 때문에 수강생 감소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되고 보니 보이지 않는 교사들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 힘을 합쳐도 부족할텐데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조차 한국어반 증·개설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뚜렷이 나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단결력 약한 한인들의 치부가 드러날수록 학교가 한국어반 증·개설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행여 부당함을 지적했다가 자칫 자녀가 학교에 밉보일까를 먼저 걱정하기 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찾기를 떳떳하게 외칠 수 있는 용기가 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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