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우(Esther Wu)는 달라스 모닝뉴스의 기자이다. 중국계 2세로서 달라스 한인사회를 비롯해 아시아계에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에스더는 보통 일주일마다 한번씩 칼럼을 쓴다. 칼럼의 내용으로 달라스 지역내 마이너리티인 아시아 사람들의 얘기를 주로 다룬다. 얼마전엔 한미연합회(KAC)와 최정희 KAC 회장 등 한인사회내 2세들의 활동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에스더의 부친은 지난 195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달라스 근교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다른 대부분의 아시아계 1세대 이민자들이 그랬듯.
하지만 그녀의 부친은 아무리 바빠도 신문만큼은 정독했다고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중국어 신문 2개와 영어 신문 2개를 모두 읽었다고 한다.
에스더는 아마도 이처럼 상당한 인텔리였을 부친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몇달전 읽은 에스더 우의 칼럼이 떠오른다. 그녀의 부친은 어느날 달라스에서 엘파소로 향해 차를 몰고 가다 교통경관에게 단속당했다. 아무런 위반도 하지 않았고 유효한 운전면허증도 제시했지만 경찰은 특별한 이유없이 그를 하룻동안 유치장에 가두어 놨다고 한다.
이튿날 부친은 친척 변호사의 도움으로 귀가했지만 이 사건은 어린 에스더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에스더는 나중에 이 상황을 ‘DWB’(Drive with Brown, 갈색 상태로 운전하기)이라고 표현했다. ‘DWI’(Dive with Intoxication, 음주운전) 빗대어 유색인종 운전자를 이유없이 단속하는 경찰의 차별적 행태를 비꼰 말이다.
이 사건은 에스더의 인생관을 새로 정립한 계기였다. 그녀는 이 칼럼을 통해 자신이 저널리스트가 된 배경은 바로 이 사건이라고 털어놨다. 기자가 되어 부친처럼 소수계가 이땅에서 당하는 불평등함과 차별을 지적, 비판하려 했다고 한다.
이런 에스더에게 지난주 ‘해고’(Lay-off) 통지가 날라들었다고 한다. 달라스 모닝뉴스는 그녀에게 ‘당장 나가라’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말까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해고는 물론 회사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다.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하다. 특히 미국, 더욱이 보수적인 텍사스에서 경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해고 조치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음은 왜일까?
지난 9일 취재현장에서 마주친 그녀는 자신의 칼럼이 지나치게 아시안적이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이것이 자신에 대한 견책사유가 될 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에스더는 단순히 아시안들에 대해 써온 게 아니다. 그녀는 마이너리티로서 그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 주로 얘기해왔을 뿐이다.
더욱이 그녀는 3,000명의 회원을 둔 AAJA(Asian-American Journalist Association)의 현직 회장이다. 이유 여하를 떠나 아시아계 언론인 수장의 목을 치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달라스 한인기자협회가 AAJA 가입을 목전에 앞둔 상태에서 나온 비보라서 상심이 더욱 크다.
아시안 커뮤니티에 있어 그녀의 가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에스더는 주류사회로 열린 창과 같은 존재였다. 영향력 측면에서 볼 때 에스더는 주정부나 시청 직원 100명 이상의 몫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에스더의 강판은 모두에게 너무 큰 손실이다. 아시안 커뮤니티나, 달라스 모닝뉴스나, 달라스 지역사회 모두에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