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내가 잘 아는 한인의 집 앞 사진이다.
왼쪽부터 현대 싼타페, 현대 티부론, 기아 세도나, 현대 XG 등 한국산 자동차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 사람이 현대 자동차나 한국산 상품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14살때 미국으로 이민와서 이제 미국생활도28년이 넘은 이 사람은 아직도 물건을 살 때 뒷면부터 보고 한국산 상품을 골라서 산다. 1987년 처음 현태 자동차가 북가주에 출시됐을 때 엑셀을 구입하여 부푼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누비었다고 한다. 한국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한국차를 몰며 미국차와 일본차와 나란히 함께 이 넓은 미국 땅을 마구 달리는 그 신나는 기분을 왜 다른 한인들은 느끼지 못하는지 무척 안타까워 한다.
지금까지 이 집 식구들이 구입한 한국산 자동차가 무려 12대.
자동차뿐 아니다. 집안에 들어가면 TV나 VCR등이 전부 삼성, 대우, LG 그리고 옛날 금성제품도 사용하고 있다.
이 사람에게 물어봤다. 왜 이리 한국산 상품을 고집하냐고. 이 사람 대답은 간단했다.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산 상품을 산다고. 다시 물어 봤다. 왜 한국사람은 한국산 상품을 사야 하냐고. 이 사람의 생각은 이와 같았다. 어릴 때 “체력은 국력”이란 말을 듣고 자랐지만, 지금 세상은 “재력은 국력”이라는 것. “재력”을 키우려면 물건을 팔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건을 팔아주는 것이니 당연히 한국의 국력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한국산 상품을 산다는 것이다. 미국에 왔다고 해서 미국인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한국음식 먹으며 한국신문 읽으며 한국방송과 한국 비디오를 보며, 한국에 대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 한테 이득이 된다고 일본차 몰고 더 좋은 제품이라고 일본제품을 구입하면 일제시대 때의 앞잡이들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느냐. 지금도 주위에 가까운 한인들이 일본산 자동차를 구입할 때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한국차나 일본차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차의 성능이 좀 떨어진다면 그것에 오히려 감사한다. 더 좋아서 구입하는 물건은 그 의미가 없다고 믿으니까.
몇년 전 한국에 갔을때의 한국인의 미주한인들에 대한 생각이 28년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지금 한국인들은 미주한인들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자기네들 편하려고 미국가서 한국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보다는 자기네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달리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3.1절 몇몇 분들이 모여 만세삼창을 불렀다는 기사를 보며 이 사람은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여기 모인 분들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일본산 자동차를 몰고 이 자리에 왔을까 하고.
이 사람은 오늘도 꿈을 꾸고 있다. 이러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모두는 아니라도 대부분의 미주 한인들이 한국산 자동차를 몰고 한국산 상품을 구입하여 사는 세상을. 그러면 미국의 타 민족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 한국의 우리 한국인들은 미주 한인을 어떻게 볼까.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한인들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는 없을까. 미국에 또한 세상에 우리 한국인의 힘을 과시할 수는 없을까. 맨날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강국들에게 괄시당하고 제대로 힘쓰지 못하는 우리 대한민국을 보며, 한국산 상품을 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닫는 이 사람은 그 괴로움에 담배만 는다.
<성희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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