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로 어머니로 공무원으로…
‘여성은 강하다. 특히 한국여성은 더 강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한국 여성들의 강인한 모습을 보아왔으나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려는 부모님 덕분에 강해진 여성도 많이 있다. 스캇밸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순 관장(46세)도 그 중 한 명이다.
“우리 부모님은 태권도를 통해 한국인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했는데 이제는 태권도가 내가 선택한 또 하나의 직업이 되어버렸답니다.”
그가 태권도를 지도한지도 어느덧 25년이 넘었단다. 그러나 그가 마냥 태권도만 가르친 것은 아니다. 그는 산호세 주립대학에서 비즈니스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IRS에서 500대 기업 안에 드는 회사들의 회계감사를 하던 속칭 잘 나가던 여성이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서도 그의 태권도 지도는 계속되었음은 물론이다.
“태권도 사범으로, IRS직원으로, 한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두 딸의 엄마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그는 바쁘게 살아가던 옛일들이 생각나는 듯 잠시 눈을 감고 회상에 잠기더니 “그래도 지금의 모습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여성이라고 수련원생들이 얕잡아 보는 일은 없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에서 강조하는 무도정신은 한국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미국에서의 태권도교육은 진정한 무도인의 정신을 가르치기 때문에 절대 사범들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교육을 시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며 진정한 무도인의 모습과 정신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태권도사범과 IRS직원 중 어느 것이 더 애착이 가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히 태권도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지금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라며 우문에 명답을 내놓는다. 1972년 12살의 나이로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이후 1974년부터 시작한 태권도였으니 얼추 계산해도 30년이 훌쩍 넘는 기간을 태권도와 함께 해온 태권도 6단의 그다.
그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화려하기만 하다. 우선 그는 미국전체에서 50명밖에 없는 태권도 국제 심판 자격증 소유자이다. 그리고 지난 1999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태권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표창장을 받기도 했단다.
또한 그는 수년간에 걸쳐 실리콘밸리 지역의 태권도 시합을 진두지휘하기도 했으며 북가주에서 열리는 태권도대회(Statewide Tournament)에서 시합 전체를 조직하고 지휘하고 심판으로 봉사한 횟수만 해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감히 남자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팔로알토에 있는 커뮤니티센터를 빌려 한국에서 각종대회를 휩쓸며 이름을 드높인 것은 물론 미국 스포츠방송으로 유명한 ESPN에 나가 태권도시범을 보여줬던 배광일 사범과 함께 그곳 학생들에게 진정한 태권도 정신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며 무도정신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이 자리에 머물지는 모르겠어요. 단지 태권도가 좋고 우리나라의 얼이 담겨 있으니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보급시켜 주고 싶을 뿐이랍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태권소녀, 아니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진정한 정신을 보여주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 대한의 딸을 느낄 수 있었다.
<이광희 기자>
k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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