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년 역사적 현장인 ‘궁정동 만찬의 여인’ 가수 심수봉(51) 씨의 인터뷰가 ‘무궁화의 여인, 가수 심수봉의 반생’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아사히 신문에 지난달 25일부터 5차례에 걸쳐 연재돼 화제를 낳고 있다.
심씨는 일본 신문과는 첫 인터뷰에서 10.26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사건 증인으로서 당시의 비화와 이후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생활에 대해 나름대로 진솔하게 털어 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일본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익혀 두었다가 아르바이트 삼아 레스토랑에서 불렀는데 때마침 그 자리에 있던 박종규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의 눈에 띄어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의 만찬 자리에 불려갔다가 비극의 현장을 목격했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의 만찬에 세 차례 참석했다는 심씨는 대통령이 내가 ‘눈물젖은 두만강’ ‘황성옛터’를 부르자 눈물을 흘렸다. 미소라 히바리의 ‘슬픈 술’(가나시이 사케)을 부르니까 눈을 크게 뜨면서 ‘어, 누가 일본 아이를 데려왔어. 너 일본사람이냐’며 좋아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박 대통령은 나는 일본 노래, 특히 ‘엔카’를 좋아한다며 일본에 가까웠던 사람들을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식민지 시대는 비참했다. 약한 사람들이 자기의 생활을 위해 타협한 일도 많았다. 친구가 죽고 가족이 죽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타협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도 한 것으로 심씨는 전했다.
심씨는 박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월 테러를 당했을 때 비명에 간 육영수 여사와 박 대통령 두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박 전 대표에게 이제 정치는 그만하시라고 외쳤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10.26 사건’ 당일 궁정동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이 저녁 7시 TV 뉴스를 보다가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얼굴이 나오자 정치인도 아닌 놈이..라며 투덜댔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시해사건 직후 정보기관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이 나타나 당신 대단하다. 남자들은 다 도망갔는데, 용기를 내서 현장에 남아 있었다고 하며 영양제라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주었다는 비화를 심씨는 소개했다.
심씨는 또 방송 출연이 금지됐을 때 박태준 전 총리가 쌀을 보내주고 모임에 불러 노래를 부르도록 배려해 생활비를 벌게 해주었던 것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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