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기수 안토니오 로메로를 태운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후보 ‘라바맨’이 올해 대회 장소인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오늘 상금 500만 달러 브리더스 클래식
우승후보 ‘라바맨’ 전 트레이너였던 아터번
판단 잘못으로 ‘장래의 명마’ 뺏겨 두고두고 후회
“속상해서 못 본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라니 아터번 트레이너는 4일 켄터키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500만달러 상금의 브리더스 클래식 레이스를 차마 두 눈뜨고 못 본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라바맨’(Lava Man)만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라바 맨’은 한 때 아터번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터번은 “라바맨을 몰라본 트레이너”로 찍혀 더욱 미치겠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그 배경을 설명하자면 미국 경마에는 ‘클레이밍’(Claiming) 시스템이 있다. 월등한 말이 대회란 대회에 다 나타나 상금을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클레이밍 레이스에 걸린 상금을 원하면 미리 지정된 금액에 출전마를 빼앗겨도 좋다는 각오로 나오라는 이야기다. 그 레이스에 나온 말은 돈만 미리 준비해 오면 아무나 사갈 수 있다. 미국 경마는 그런 식으로 수준을 맞춘다.
따라서 클레이밍이 아닌 레이스는 수준이 훨씬 높다. 출전마를 빼앗길 위험이 없는 반면 다들 높이 평가하는 말만 나오기에 등수에 들기가 몇 배로 어렵다. 그래서 좋은 트레이너와 나쁜 트레이너의 차이는 그 그분을 잘하는 차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아터번은 경쟁이 너무 심하면 이길 수가 없고 보다 쉬운 레이스를 찾아가면 말을 빼앗길 수도 있는 그 게임에서 져 ‘라바맨’을 잃었다. 지난 2004년 샌디에고 인근 델마 경마장의 5만달러짜리 클레이밍 레이스에 내보냈는데 덕 오닐 트레이너가 널름 5만달러짜리 캐쉬어스체크를 내놓고 가져가 버린 것.
아터번은 그때까지 12차례 출전, 3승을 거둔데 그쳤던 3살짜리 ‘라바맨’이 갑자기 ‘적토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라바맨’은 그 후 경마 역사상 가장 상금을 쓸어 담은 클레이밍 출신 경주마가 됐다. ‘라바맨’은 이미 38만4,706달러를 벌어들였다.
아터번은 이에 대해 “라바맨은 ‘슬루 시티 슬루’와 ‘릴 미스 레너드’의 아들로 ‘명마’ 혈통이 절대 아닌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아터번은 ‘라바맨’의 ‘브리더’(Breeder)로써 34만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받아 다행이다.
한편 ‘라바맨’은 거세마로 레이싱 커리어가 끝나면 별 쓸모가 없지만 앞으로도 2-3년은 더 뛸 수 있는 혈통이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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