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숙이 남편의 죽음을 앞둔 여인의 심경을 연기하고 있다.
바람 피는 남편 어떻게 죽여야할까?
‘발칙한’ 배우·관객 함께 울고 웃고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그토록 열심히 외운 ‘연극의 3요소’가 왜 희곡, 배우, 관객인지를 잘 보여준 무대였다. 90분 동안의 연극에 군더더기는 하나도 없었고 극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난 4-5일 한미여성회(KAWA)는 뉴호프 채플로 일인 연극‘발칙한 미망인’을 성공적으로 ‘배달’했다. (개그맨 전유성은 이 연극을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피자 같은 연극’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연극은 남편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미망인 얘기다. ‘발칙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남편이 죽기 전 이 미망인이 남편을 죽이려는 계획을 꾸미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행히도(?) 여인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남편은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게 된다.
어찌 보면 평범한 줄거리일 수 있는 이 연극이 돋보이는 이유는 중간중간 관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공연 도중 객석의 불이 켜지고 배우는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배우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들키지 않게 죽일 것인가”라는 발칙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연극에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이런 시도는 자칫 극의 흐름을 깰 수도 있지만 배우의 원숙한 진행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버렸다. 성우와 방송 MC로 잘 알려진 배우 성병숙은 좋은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공연 비자가 늦게 나와 공연 하루 전에야 LA에 도착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극을 끌고 갔다.
시작 전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는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무대에 선 그녀는 최선을 다해 관객과 호흡했고 관객들을 철저히 배려했다. 덕분에 그녀의 감정과 표정에 따라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연극에 몰입했고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배우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주인공이 남편의 불륜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아 슬프다”는 탄식 섞인 반응을 보였고 배우의 멋진 연기가 나올 때는 그 자리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대부분은 중년 주부였지만 갓 결혼한 신혼부부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LA한인들이 배우의 몸짓 하나 하나에 흥겨워하고 또한 슬퍼하며 감정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연극이 LA 현지 배우가 아닌 서울에서 온 배우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는 점은 한가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정대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