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 한국 정치 상황을 소상히 아는 친구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으로 언젠가 역사가들이 자신을 알아줄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요즈음엔 역사책만 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단순한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최근 미국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자신의 판단력이 옳았다고 믿으며 언젠가 역사가 이를 증명해 주겠지만 자신이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했다.
국민 지지율 10%대의 대통령인 노대통령이나, 30%대인 부시 대통령이나 모두 중간선거에서 소속당이 참패를 당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는데, 본인들은 상당히 억울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 사람들의 안목이 짧아 훌륭한 대통령을 못 알아보고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원래 호기심 많은 나는 노 대통령은 과연 후세에 자신이 한 어떤 일이 공적으로 남게 되리라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본인에게 직접 물을 기회는 없으니 서울 거리의 택시기사 아저씨들에게 우선 물어 보았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내가 접한 기사 아저씨들은 “아니, 잘한 게 뭐 있어요. 정말 너무너무 실망했어요. 잘 하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지요”라는 답변을 했다.
일이 이쯤되면 나였다 해도 억울하겠다 싶다. 아무리 그래도 잘한 일이 단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듣기로는 그는 전례 같은 것에 개의치 않고 좋다 싶은 일은 무조건 밀어붙이므로 한국사회가 과거의 부정적 관습에서 벗어나 과감히 바뀌는 데에는 한몫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한다. 그 예로 내 주변에서만 봐도 한국 내 여성들의 요직 진출이 눈에 뜨이게 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여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평소 자신이 이루고 싶던 일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내 눈에 비친 노무현 대통령은 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보이고, 그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일 것이나 문제는 그것을 푸는 방식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서울대학교를 없애버려 누구나 평등하게 그 곳엘 못가도록 한다는 식이다. 전 국민이 무엇에선가 일등을 하려는 나라가 한국이고, 거기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데 서울대를 하버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하나씩 만들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한국인의 정서에 더 맞지 않을지.
이라크 전의 혼란스런 현 상황을 부시 대통령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후세인이었던 누구였던, 절대 권력자가 물러난 다음에 반드시 터지고야말 그 나라가 안고 있던 폭탄이 터진 것이므로. 부시의 죄는 사담 후세인만 제거하면 이라크라는 나라가 민주국가가 되어 아랍세계 전체의 민주화에 일조하리라고 지극히 단순히 생각하며 전쟁을 일으켰다는 데에 있다.
언젠가 이라크의 내분이 잠잠해 지는 날, 사담 후세인을 일찍 제거한 부시 덕분에 그래도 그 나라가 하루라도 일찍 길을 찾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시를 재선시킨 핵심 요소는 국민들이 그를 안보에 있어 존 케리보다 나은 인물로 판단했던데 있었건만, 현재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도 이라크를 평정하지 못 하는 상황은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귀를 막고 앞으로 돌진하는 무모함은 돌려놓고 보면 용맹성 일수 있다. 그러한 대통령들을 가진 한국과 미국은 그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가망성은 미미하니, 새해에는 그들의 장점을 살려 무언가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할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과연 그 길이 무엇일까?
yk@campwww.com
<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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