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홍
시인·자영업
덕담은 글자 그대로 덕(德)이 담겨 있는 말이며, 상대방이 나의 말과 같이 복 받기를 비는 진솔한 마음의 바람이다. 이때 덕이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서 정의하듯이 도덕적·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능력 또는 그 인격으로 누군가를 인도하고자 하는 덕교(德敎)로서의 덕이 아니요, 누군가의 도움이나 은혜 또는 그 연유로 나타내는 감사한 마음으로서의 덕도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덕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이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나가고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소박한 마음이다.
덕담의 기원은 원시종교의 점복사상과 언령(言靈) 관념적 심리에서 온 것으로 길흉의 예조에 따라서 만사만물이 그대로 지배되고,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서 모든 것이 말한 그대로 되리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말도 말의 영적인 힘을 믿는 표현 중의 하나이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만날 때 주고받는 예로 인사가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성명을 통하는 인사도 있지만 자주 만나는 상대를 공경하는 뜻으로 나누는 인사도 있다. 어느 것이나 몸짓과 함께 말이 따라 붙는데 후자의 경우를 일상의 작은 덕담이라 해도 될 싶다.
덕담을 나누다보면 그 대화 속에 스스로 우러나는 은은한 덕향(德香)이 있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 하나 가득 머금게 되고 가슴속 깊이 진실로 그런 일이 상대방에게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무의식적인 소망을 품게 한다.
덕담을 나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겸손과 겸양을 지니고 있고 그들이 나누는 아주 작은 덕담이라도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 한껏 고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덕담을 연말연시에나 주고받는 신년인사 내지는 예의로 알고 있다. 그래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왕래가 뜸했던 친인척은 물론이고 직장의 상사, 스승, 혹은 선배를 찾아가 조금은 어색한 덕담을 주고받는다.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인사치례의 덕담을 나누며 한 해를 마감하고 한해를 맞이한다. 그러다가 연말연시가 지나면 덕담도 슬며시 사라지고 만다. 덕담은커녕 매일 마주치는 이웃이나 직장동료와의 인사도 점차로 습관적인 일상이 되고 만다.
이것은 덕담이 아니다. 덕담은 장롱 속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연말연시에나 꺼내 쓰는 사치품이 아니다. 진정한 덕담은 우리가 매일 매일 만나는 인간관계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마음으로 주고받는 모든 인사다. 인사 속에 인사를 건네는 사람의 진실이 들어있으면 그것이 바로 덕담이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우리 집에 신문을 넣어주는 형제님은 나하고 얼굴이 마주 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냥 던지는 인사라 아니라 진심으로 건네주는 인사다. 그 분의 음성과 얼굴표정 그리고 몸가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인사를 주고받은 날은 하루가 즐겁다.
만일 덕담을 연말연시에나 주고받는 인사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을 새해의 첫 날이라고 생각하자. 만일 오늘이 한 해의 끝, 혹은 새해의 첫 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우면 오늘 하루는 나날이 새로운 날의 하나라고 생각하자.
사실 1년 365일은 매일 매일이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새 날이 아닌가. 새 날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덕담을 인사로 주고받는다면 우리 하루는 얼마나 흐뭇해지고 따스하겠는가.
집 앞으로 유아를 가득 태운 손 구루마를 밀며 보모 둘이 지나간다. “굿 모닝!!”하면서 손을 흔들었더니 모두들 일제히 손을 흔들며 굿 모닝을 합창한다.
아기들은 연신 뒤를 돌아다보며 열 번도 더 굿 모닝을 외쳐댄다. 무진장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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