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8년 2개월 만에 고향인 목포 나들이를 했다. 귀향 이틀째인 지난 10월29일 전남 도청 23층에 있는 일명 장보고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둘러본 뒤 그곳에 놓여있는 방명록에 ‘蕪湖南 無國家(무호남 무국가-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라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장을 나가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관계자에게 방명록을 다시 가져 오게 한 뒤 ‘李 忠武公 曰(이 충무공 왈 이 충무공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라고 덧붙여 썼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DJ가 인용한 이 말의 출전원문은 ‘若無湖南 是無國家(만약 호남을 잃으면 이는 나라가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로 충무공 이순신께서 임진왜란 이듬해인 1593년 7월 15일에 본진을 여수로부터 한산도로 새로 옮겨 세우고 바로 다음날 16일 마음이 통하던 친척으로 알려진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무슨 이유로 진을 힘들여 새롭게 옮겨 세웠는지 그 연유를 설명한 편지에 들어 있는 말이다.
충무공의 본뜻은 그 어려운 시기에 그 어려운 이진(移陳)을 단행한 이유가 호남을 제외한 전 국토가 적에게 점령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이 마지막 살아남은 국가존망의 보루이며 군량과 기아 해결의 텃밭이자 의주에 멀리 피난 가 있는 선조 임금의 행재소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서해안 통신 신경선으로서의 절대적,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그 물목을 굳게 지켜 왜군의 서진을 틀어막겠다는 구상과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즉 오직 나라를 생각하는 충의의 말씀으로 DJ가 부추기는 근거 없는 지역적 비교 우월감과는 전혀 상응하는 바가 없다.
말로는 동서 화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도 위대한 선인의 충정 어린 고뇌의 말씀을 오직 자기의 입지 강화를 위해서 거침없이 왜곡 변용하여 국민을 오도하는 현상은 놀라움을 넘어 소름 끼치는 일이다. 호남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땅 어느 한 곳도 소중하지 않은 지역이 없다.
마침 12월 16일은 충무공께서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시킨 순국 408주년이 되는 날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와 이웃을 위하는 참다운 길을 생각해볼 일이다.
이내원/이순신 숭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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