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세를 맞은 버지니아 주 프레데릭 카운티 부동산 브로커 R. J. 터너는 환갑을 심장병동에서 맞을 줄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아주 멋진 잔치를 계획했었다. 마라톤에 참가해‘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었다. 열 번 째 참가하는 마라톤이라 자신 있었다.
미국 마라톤 인구 5년 새 8만 여명 증가
올해에만 마라토너 6명 심장마비로 사망
출발 전 ‘정상’, 완주 후 20분 ‘이상 증세’
보스턴 마라토너 60명, 심장근육세포 파괴
심장혈관에 칼슘농도 급증, 마비 원인제공
“마라톤 연습은 OK, 당일엔 TV로 시청을”
최근 열린 해병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터너는 출발선에서 연도의 관중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한 쪽 팔을 높이 쳐들었다. 손을 흔들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이 캄캄해졌다. 머리가 핑 돌더니 그만 터너는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가 땅에 부닥치고 이가 부러져 나갔다. 지난해 심장 테스트에서 무난히 통과했는데 웬일인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올해에만 마라토너 가운데 6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난 3월 LA마라톤에서는 53세와 60세의 경관 2명이 같은 증세로 쓰러졌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트윈시티 마라톤에서도 각각 한명씩 3명의 40대 마라토너가 심장이상 증세로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터너가 참가했다가 실패한 해병대 마라톤에서도 56세의 참가자가 17마일 지점에서 쓰러졌다. 그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마라톤 관계자들과 의사들은 마라톤에서의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해병대 마라톤 대회를 주관한 릭 네일은 “통계적으로 볼 때 이러한 사고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마라톤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00년 이해 8만 여명이 늘어 2005년에는 완주한 사람이 38만2,000명이나 됐다. 마라톤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는 5만 명 당 1명이다. 하버드 의대 아서 시겔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겔 박사를 포함해 몇몇 의사들은 마라톤 26.2마일을 달리는 것이 과연 심장마비에 어느 정도 원인제공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시겔 박사와 동료들은 2004년과 2005년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 60명(남자 41명, 여자 1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과 마라톤을 끝낸 후에 심장의 상태를 조사했다. 심장의 리듬 등을 점검해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마라톤을 출발하기 전에는 모두 심장상태가 모두 정상이었다. 그런데 완주하고 20분이 지난 뒤 조사를 해보니 60%가 다소 이상증세를 보였다 40%는 극히 위험한 상태를 보였다. 심장근육세포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트로포닌(troponin)이 혈액에서 발견됐다. 이는 이상 증세를 말한다. 특히 마라톤에 참가하기 전에 매주 35마일 이하를 달린 사람들에게서 트로포닌 레벨이 부쩍 상승했다.
아울러 이들 실험대상 대다수의 심장 리듬이 불규칙했다.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거나 호흡장애를 경험하진 않았다. 별로 인식하지 못한 채 며칠 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분명히 달리는 동안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겔 박사는 “심장이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0여 차례 마라톤에 참가한 코네티컷 하트포드병원 폴 톰슨 박사는 “시겔 박사의 연구는 아직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면서 “지구력 연습은 심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마라톤 예찬을 폈다.
하지만 마라톤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다른 연구가 독일에서 나왔다. 뒨스버그-에센 대학 연구팀은 5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중년 남자를 대상으로 했다. 지난달 미국심장학회에 제시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의 혈관에 칼슘 농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마라톤 참가자 3분의 1 이상이 이러한 상태를 보인 반면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은 그룹에게서는 20% 정도만이 유사한 상태를 보였다. 마라톤과의 관계를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혈액의 칼슘농도 상승은 심장마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연구자들은 마라톤이 심장마비를 야기했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마라톤이 심장혈관에 무언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시겔 박사는 마라톤은 소리 없는 심장마비를 키울 수 있다며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의 조언은 이렇다. “마라톤 참가를 위해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하라. 심장에 아주 좋다. 그리고 마라톤이 시작될 때 직접 뛰지 말고 이 이벤트를 TV 앞에 앉아서 차분하고 편안하게 구경하라.”
마라톤을 TV로 구경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수퍼보울 시청자를 토대로 낸 통계를 원용하면 그렇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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