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때로는 남편)의 “잘못된 성정” 좀 고쳐 달라는 남편들이 있다. “마누라 성질머리”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술·담배도 못 끊겠고 가족들과 시간 보내느니 친구들과 골프나 낚시 가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러다 자신의 건강이 나빠지고 또 자녀들 보는 앞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기라도 하면 이게 다 “못된 마누라 때문” 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이런 경우 흔히 심리치료(psychotherapy)를 찾는다. 때로는 심리치료를 부부 중의 어느 한쪽이 받는 조건으로 함께 살겠다고 말하는 배우자들도 있다.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은 당신 때문에 내가 견디기 힘드니 가서 좀 배우고 고쳐 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의 ‘therapy’는 우리 한국 문화에서 흔히 생각하는 정신과 치료와는 좀 의미가 다르다고 해야 하겠다. 우리는 남편을 힘들게 만드는 아내, 또는 반대로 아내를 힘들게 만드는 남편을 두고 그 사람이 심리적인 어떤 문제를 지녔다고 보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타고난 성격이라 고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선지 “저 인간 잡아가는 귀신 없나?” “내가 어쩌다 저런 마누라를 만나서?” “아이고 내 팔자야!”라는 말을 하는데 이런 문제를 지닌 사람의 문제행동을 해결 불능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황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장애를 지녔을 때도 ‘therapy’를 받는데, 한국문화에서 말하는 정신과 치료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우리는 “정신이 이상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다.
심리치료에서는 인간의 무의식적, 반사적 사고 및 감정행동을 의식세계로 이끌어내어서 이를 인식하는 사려 분별적 행동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우리가 ‘팔자소관’ ‘타고난’ 것으로 치부하는 개인의 성격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 사람(또는 가정)의 잠재적 발전능력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거나 퇴보하고 있다면, 그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성격적 특성의 변화가 심리치료의 궁극적 목표라고 하겠다. 가령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통찰력이 부족하여 항상 아내 때문에 자신이 고통 받고 또 가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단정 짓는 남편이 있다면, 아내도 남편 못지않은 심각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인식력이 생겨나도록 그 사람의 의식세계를 일깨우고 남편과 아내, 아이들이 각자 다른 생활영역을 구축하는 행동방식에서 벗어나 두 부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질이 향상된 삶을 찾도록 만든다. 그래서 “내 아내 때문에” 또는 “남편 때문에” 가정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자기 방어적 사고행동에 대한 인식력을 키운 다음 이 인식력의 바탕위에 삶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행동변화를 목표로 한다.
심리치료의 시작은 흔히 자신으로 인하여 가정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개선해서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사람, 주위사람들이 등을 떠밀어서 마지못해 시작하는 사람, 공황 및 우울증과 같은 장애로 주치의사가 의뢰하여서 시작하는 경우, 그리고 법원에서 강제로 명령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이 권하여서 또는 강제로 명령이 내려져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들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 늘 다른 사람 또는 사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사람 고쳐서 나 좀 편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온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문제에 접근하는 통찰력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거울 들여다보듯이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은 인간의 가장 진보된 고등기능이라 익히기 또한 어려운 기술이다. 심리치료는 이러한 기술을 익혀서 “다른 사람 고쳐서” 자신이 편해지겠다고 하지 않고 스스로가 변화하여 편해지는 의식구조 변화에도 많이 활용되어 지고 있다.
(213)234-8268 rksohn@yahoo.com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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