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상
▶ 전종준 <변호사.애난데일, VA>
지금부터 약 4년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라크에서 전쟁이 날지 안날지 세계의 추측이 갈팡질팡 할 때였다.
바로 그때 글을 하나 썼다. 미국이 군장비와 병력을 이미 이동해놓은 시점이라 경제적 이유상 전쟁이 불가피 함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나지 말아야 한다고 글을 썼다. 그것이 나의 바램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바램인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전쟁 반대의 글을 썼다.
글이 발표된지 며칠 뒤에 어느 큰교회 K목사가 글을 썼다.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지지한다며, 나와 반대되는 글을 썼다. 그것이 과연 선한 싸움인지, 아니면 악한 싸움인지를 알고 썼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전쟁 찬성의 글을 썼다.
차후에 들은 이야기인즉, 그 목사의 글이 발표 된 후 “목사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라크 전쟁 발발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목사가 추천해서 나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는 그 교회 교인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많은 경우를 보면 소위 ‘코드’가 안맞던지, 혹은 생각이 다르면 “기분 나쁘다”며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관계단절을 식은 죽 먹듯이 하곤 한다. 큰 교회 목사라고 다 큰사람은 아닐진대, 그런데 어떻게 그 목사는 개인 감정을 삭히고 공과 사의 구분을 제대로 하는 큰 목사가 될 수 있단말인가.
그 목사는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흑백논리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사람이 쫀쫀하지 않고, 통이 큰 그 목사의 견해였기에 아마 그때의 나의 전쟁반대론이 틀린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왜냐하면, 이런 큰 목사라면 하늘의 뜻도 감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은 돼지의 해이다. 혀는 우리 몸의 작은 일부이지만 커다란 허풍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작은 불씨 하나가 위대한 삼림을 다 태울 수 있듯이 우리의 작은 혀로 위대한 이웃을 다 비방할 수도 있는 법. 다 옳은 것도 없고, 다 그른 것도 없는 이 세상. 그래서, 양쪽을 다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양쪽을 다 칭찬할 수 있는 그런 큰 사람을 새해 아침부터 돼지꿈 꾸듯이 꿈꿔본다.
새해에는 코드를 맞추기보다는 회색논리를 사랑하고자 한다. 흑, 백 보다 회색이 많아지면, 그만큼 사회는 밝아지고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어느 큰 교회의 큰 목사처럼 마음 넓은 사람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전종준 <변호사.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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