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엘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아주는 것은 꽃이다. 커다란 빌딩의 로비 한가운데라거나 고급 호텔의 후론트에 있음직한 그 꽃은 언제봐도 싱싱하고 꽃을 꽂은 솜씨는 예사롭지않은 게 분명 전문가의 작품이다.
대개의 한국식당은 음식때문에 가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걸어논 그림들도 기껏 달력 수준이고 장식용으로 세워둔 플랜트들도 분명 그 식당이 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 지인이 보내준 플랜트, 조화도 생화같고 생화도 조화같은 정도의 것임에 비해 그 집의 꽃은 크기는 물론 꽃의 선택과 놓임의 자태가 빼어나다. 한번은 너무도 예쁜 진분홍의 꽃에 반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행여 이름이라도 알까 싶어 말을 건넸다가 꽃 한송이를 얻은 적도 있다. 시들은 상태의 꽃은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꽃을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는 걸까, 오다가다 기분나면 꽂는 것도 아니고 일년 열두달, 잠시도 비운적이 없이 꽃을 상비해놓으려면 얼마의 유지비가 드는걸까… 오래 전, 헐리우드의 어느 배우가 위자료를 청구하는데 세분화된 명목중에서 꽃값이 매달 몇 백불 드는 것으로 청구한 걸 보고 배부른 자의 탐욕으로 보여 픽 웃은 적이 있는데 한국식당에 있는 격조있고 우아한 센터피스는 그 곳에 갈 때마다 대견하고 고맙다.
나는 유난히 꽃탐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다 남의 집 뜨락에서 예쁜 꽃을 보게되면 그 자리에서 머리에 입력이 되어서 그 집앞을 지날 때마다 다시 한번 보려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이웨이를 지나가다가도 저기 어드메에 야생화가 많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더듬더듬 찾아가보면 대체로 들어 맞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스튜디오엘 가다가 길옆에 길게 누은 낮으막한 구릉을 보며 분명 그 근처에 근사한 야생화 밭이 있을 것 같아 차를 세워놓고 트레일을 따라 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색색의 꽃들이 장관인 벌판을 발견한 적도 있다. 그 후, 그 곳은 봄이면 주기적으로 몇 번씩 찾아가는 단골 장소가 되었다. 이른 봄부터 초 여름까지, 그 곳엔 온갖 야생화가 피고 지고, 그 때마다 색이 다른 꽃들이 이번엔 분홍, 다음엔 노랑, 그리곤 보라… 이런 식으로 벌판을 덮는게 너무 너무 예쁘다.
우연히 발견하긴 베이커스필드에서 이사벨라 호수로 가는 산골짜기 길에서 정말 무심히 빠져나가 보게된 차이나 가든이라는 골짜기, 오색 영롱한 야생화들이 온 골짜기에 가득해 보는 순간 가슴이 다 설레었다.
꽃은 인류가 존재하던 그 오랜 세월동안 언제나 그림의 주제로 살아왔다. 살아있는 꽃보다도 더 진짜같은 사실화도 있고 안개속의 뿌옇고 초점을 흐려논 사진 같은 것이 있는 가 하면 그저 색이나 선의 흐름으로 꽃을 연상하게 하는 추상적인 것도 있다. 고호의 해바라기는 강렬하고 죠오지아 오키프의 해바라기는 냉정해 보이듯 조용하며 샤갈의 꽃은 로맨틱하다. 사람의 눈이나 취향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이어서 한 때는 이 화가의 것이 좋다가 세월이 가면 다른 화가에게서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갈수록 단순한 것이 좋아지는 이즈막에는 오색 크레용으로 쓱쓱 그려내 불쑥 손 내밀어 전하는 듯한 피카소의 드로잉이 좋다.
어느 새 꽃씨 뿌릴 때가 왔다. 일찌감치 꽃을 보려면 지금 심어야 한다. 셜리파피, 락스퍼, 스위피… 그 예쁜 꽃앞들의 색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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