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양심을 속이다니...판서 아들도 못봐준다’
경인증광방(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 명부) 최초 공개
UC 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서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실상을 알려주는 희귀한 자료가 확인됐다.
버클리대학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작년부터 고서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오용섭교수(인천시립대,문헌정보학)는 지난3일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형식과 합격자 면면을 알수 있는 과거시험 합격자 명부인 ‘경인증광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책은 경인년 숙종36(1710)년 6월 8일에 있었던 증광시의 문무과 급제자 명단이다. 증광시란 나라의 경사가 있을 경우에 시행하는 비정기적 과거시험으로 절차냐 과목은 식년시와 같다. 이 시험은 숙종과 세자가 병이 나아 함께 건강이 회복되자 실시한것이다. 시험장소는 문과는 경덕궁 숭정전이었고 무과는 모화관이었다. 문무과 모두 이날 마지막 시험인 전시에 앞서 4월 11일에 초시, 5월 28일에 회시를 치렀다. 합격자 발표는 그달 15일에 있었는데 문무과의 1,2,3등 명단을 기록하고 있다.
합격자에 대한 기술형식은 성명,자와 생년간지,본관, 현거주지,부친성명,부모 생존 여부,형제등을 차례로 기술하고 있다. 문과 합격자중에는 서울 거주자는 갑과 3인중 3인, 을과 7인중 5인, 병과 31인중 15인으로 서울거주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책은 전시결과만을 간행하던 시기에 전시이전에 치렀던 문과 회시의 기록이 앞표지 뒷면과 그 다음장의 여백에 필사되어 있어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또 이책을 통해 볼 때 회시에 1,2,3등을 했던 인물들이 전시에서는 4등과 14등, 말석을 차지하는등 앞선 시험 등위는 최종 시험에 어떠한 영향이나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함을 알려주고 있다.
또 이책에는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에 대한 사후 처리결과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예로 회시 3등 23인에 합격한 예조 판서 강현의 아들 강세윤이 시험에서 부정한것으로 드러나 그가 과거를 주관하는 예조판서의 아들이었으나 과거 시험 응시자격을 영구히 박탈당했다. 그의 부정행위는 제출 답안의 대필과정에서 합격한 손명래의 것과 동일한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강세윤은 시험지를 옮겨 베낄때에 잘 써줄 것을 몰래 부탁하면서 자기의 시험지에 사각형이나 동그라미로 표시하겠다는 약속을 한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형조에서는 품계가 높은 재상의 아들로서 표식을 해가지고 농간을 부린 진상이 드러났으므로 응시자격의 영구 박탈을 제안한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과거제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오용섭교수는 “사주갑인자인 무신자로 인쇄한 책은 국내에서는 육군 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 된것으로 확인 될 뿐 좀처럼 볼수 없는 희귀한 자료”라고 말했다. 동아시아도서관에서는 일반 한국고서를 분류하여 목록을 작성할 계획으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 고서 분류작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손수락 기자> soorakson@koreatimes.com
버클리대학 동아시아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 명부(왼쪽)와 과거에서 강세윤의 시험 부정 행위 내용을 기록한 필사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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