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역사상 첫 흑인 수퍼보울 진출 감독이 나왔다. 첫 40년 동안 단 한 명도 없더니 41년째는 내친 김에 두 명이 그 무대에 올라 양쪽 사이드라인에 선다.
오는 2월4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돌핀 스테디엄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대 시카고 베어스의 대결로 벌어지는 수퍼보울 ‘XLI’(41)는 그 의미에서 정말로 ‘엑스트라 라지 원’(Extra Large One)이다.
흑인 감독들은 NFL에 그 숫자가 점점 늘고 있는 반면 올해 전까지 단 한 번도 맡은 팀을 결승 무대로 끌어올린 적이 없어 “흑인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 선수들은 잘 다루지만 전술에서 밀린다. ‘티처’보다는 ‘빅 브라더’에 가깝다”는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머리는 백인만 못하다”는 뜻인데 이제는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바보다.
사제 관계인 토니 던지 콜츠 감독과 러비 스미스 베어스 감독은 지난 21일 양대 컨퍼런스 결승에서 각각 ‘전술의 귀제’ 빌 벨리칙(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 감독과 ‘올해의 감독’상을 탄 숀 페이튼(뉴올리언스 세인츠) 감독이 이끄는 팀을 깼다. 더 이상 몰상식한 소리가 안 나오도록 화끈하게 보여준 셈이다.
흑인 쿼터백도 1988년 덕 윌리엄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수퍼보울 우승을 지휘하기 전에는 똑 같은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흑인들이 운동신경 하나는 끝내 줘서 힘이나 스피드를 쓰는 포지션에 쓰기는 좋지만 두뇌회전에 빨라야 하는 쿼터백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 NFL 풋볼 해설가 지미 ‘더 그릭’ 스나이더와 알 캠페니스 전 LA 다저스 단장 등 그런 속마음이 인터뷰 때 흘러나오면서 TV 화면에 잡혀 해고된 ‘전문가’들도 있다.
1978년 NF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윌리엄스를 뽑은 탬파베이 버카니어스의 잔 맥케이 감독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이 “정말로 흑인 쿼터백이 NFL에서 통할 것이라고 믿느냐”고 물었을 때서야 “덕 윌리엄스가 흑인이야? 나는 그 친구의 플레이에 눈이 멀어 그것도 몰랐네”라고 대답했다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먼 길을 왔다. NFL은 선수들의 약 2/3가 흑인인 리그지만 1980년에만 해도 흑인 감독은커녕 코치조차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아트 셸이 LA 레이더스의 사령탑에 오르며 NFL 역사상 첫 흑인 감독이 탄생한 것도 불과 17년 전이다.
하지만 2006년에는 흑인 감독이 6명으로 늘었고 22일에는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또 한 명의 흑인 감독인 마이크 탐린에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올해 NFL 플레이오프에 오른 8개 팀 중 허맨 에드워즈 캔사스시티 칩스 감독까지 3개 구단이 흑인 감독을 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탐린은 던지 감독의 제자인 에드워즈 감독의 제자다. NFL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여주면 ‘색맹’이 된다. 잘 하면 다들 따라 하기 마련이다. 콜츠나 베어스와 같은 결과를 원하면 그 비결이 뭔지 그 감독의 오른손 역할을 하던 코치를 빼다 쓰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던지와 스미스 감독도 컨퍼런스 결승에 앞서 인터뷰에서 “우리가 잘해야 다른 흑인 코치들에게도 기회가 간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 무대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 같다.
여하튼 올해 수퍼보울은 한 가지 서스펜스가 없다. 첫 수퍼보울 우승 흑인 감독은 첫 기회에 나온다. 흑인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 하듯 “흑인이 이긴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규태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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