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 07오픈하우스 겸 07UC오픈 홍보 위한
동양무도 시범식…유도 가라테 우슈 용무도 태권도 차례로 선보여
허리춤에 들러붙은 작달막한 소년의 용틀임에 큰 사내가 소년의 등짝 위로 한바퀴 원을 그리더니 쿵더쿵 매트에 고꾸라진다. 부드러운 동작으로 꼼짝없이 상대를 매다꽂는 유도(일본) 기술에 매트앞에 진치고 앉은 뿔테 안경 젊은 남녀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백인 여사범의 기합에 따라 쥐면 무쇠주먹이 되고 펴면 시퍼런 칼날이 맨 손으로 상대의 공격을 틀어막고 돌려치는 가라테(일본) 남녀들의 절도있는 품세가 이어지는 동안, 아빠의 손을 잡고 구경나온 한 10대 초반쯤 되는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실룩실룩 앉은 채로 따라 한다.
칼을 휘두르며 봉을 휘저으며 또 때로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빈 손으로, 한참은 멋모르고 앞서가는 먹을것의 뒤를 밟는 들짐승처럼 느릿느릿, 또 한참은 외나무 다리에서 눈 마주친 산짐승끼리 서로 으르렁거리며 목숨을 건 일합을 겨루는 듯 사나웁게, 그러다가 느닷없이 곡예사처럼 몸을 틀어 비켜서고 다가서고, 무도복인지 무대의상인지 모르게 화려한 의상으로 펼쳐지는 우슈(중국)의 한동작 한동작에 100명쯤 되는 구경꾼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유도 태권도 합기도 쿵후 레슬링 삼보(러시아) 등 지구촌 온갖동네 무도의 장점을 모아 만든 한국형 퓨전무도 용무도(한국) 시범단이 거의 눈 한번 깜박하지 않는 듯 부릅 뜬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각본 있는 겨루기(약속대련)와 각본 없는 겨루기(자유대련)로 치고 막고 차고 매치고 조르며 투박한 묘기를 펼쳐보일 때, 객석 이곳저곳에서 고개 끄덕임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심지어 가라테까지 포함해서 앞서의 네가지 무도가 어딘지 모르게 곡선적이었다면 피날레를 장식한 태권도(한국)의 매력(혹은 아쉬움)은 뒤돌려차기 등 몇가지 동작을 빼고는 정직할 정도로 직선적이었다. 그만큼 경쾌하고 파괴력이 더해 보이고, 맺고 끊는 것이 보다 확실하게느껴졌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전후좌우 송판을 한 호흡에 격파할 때는 통쾌함을, 무등 탄 태권여장부의 칼 끝에 매달린 사과를 공중 뒤돌려차기로 발가락 하나 안다치고 멀리 날려버렸을 땐 그 정교함과 아슬아슬함에 안도의 탄성과 놀라운 탄성이 곱빼기로 울려퍼졌다.
미 대학무도의 요람 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UCMAP, 소장 안창섭 박사)가 27일(토) 낮 레크리에이션 스포츠센터 내 도장에서 신규 무도회원 영입을 위한 2007년 오픈 하우스 겸 제38회 UC오픈 홍보를 위한 공개 시범식을 가졌다. 1969년부터 2006년 7월까지 UCMAP을 이끌면서 UC버클리를 미 대학무도 부동의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세계무도계의 거목 민경호 박사(UC버클리 종신 명예교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동안 이어진 이날 행사에서 각 종목 시범단은 그동안 갈고닦은 무예를 격파 품세 겨루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보였다.
민 박사는 지난 수십년동안 변함없이 설파해온 대로 이날도 무도수련은 단순한 싸움기술 수련이 아니라 절도있는 인간교육이자 정신적 문화적 함양이 돼야 한다는 무도철학을 강조햇다. 민 박사의 강조점을 귀띔해준 안창섭 소장도 한점 어긋남 없이 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그런 철학적 기초가 없이 무도를 한다면 저기(도장 밖 복도형 공간)에서 러싱머신 타면서 땀흘리는 것이나 다를 게 없잖느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 한국유도 간판스타였던 조인철 방문교수(용인대 교수)와 최의정 행도관 관장 등이 함께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서깊고 권위있는 대회 중 하나인 UC오픈 태권도 선수권대회는 오는 4월7일 이 캠퍼스 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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