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미리 생각하자
오래전 직접 겪은 경험담이다. 1996년 봄 국내 한 골프 경기장에서 한국에 초청된 세계 유명 골퍼들이 이제 갓 제 틀을 갖추기 시작한 한국 골퍼들과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최소한 이틀 전에 도착해 코스를 걸어 다니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샷 연습 보다 본인이 직접 걷거나 줄자로 정확한 거리와 그린의 경사, 장애물의 위치, 페어웨이의 경사 등을 수첩에 꼼꼼히 적어나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한국 골프는 이들처럼 코스에 대한 분석이나 선수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하기 보다는 죽어라 열심히 공만 치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그때 난 국제시합에 나갈 수 없는 세미프로였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이들 유명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한 외국 선수의 캐디를 자청했다. 그의 골프백은 너무 크고 무거웠기에 처음엔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한 홀씩 돌면서 환상적이고 정확한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고 매번 샷을 한 뒤 꺼내보는 수첩의 내용도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수첩은 낙서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거의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내용으로 꽉 차있었다. 매 홀의 특징과 모양, 중간에 있는 나무의 위치, 벙커, 해저드의 모양과 길이, 100야드 지점에서 그린 입구까지 자신의 발걸음으로 직접 잰 정확한 거리 등 뭐든지 본인이 확신을 가질 수 있게끔 확인한 내용이었다.
골프는 매 샷을 미리 예측하기 힘들지만 미리 정해진 코스에서의 경기이므로 작전을 잘 짜면 충분히 경기도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주말 골퍼들은 라운드를 위해 프로들처럼 미리 코스를 답사하고 직접 걸으며 거리를 측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며 아마추어들이 쉽게 위험을 줄이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스코어카드에 대한 분석(표 참조)이다. 이곳에는 많은 정보가 숨어있고 주말 골퍼가 위험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 장담컨대 스코어가드만 잘 활용하면 몇 타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스코어 카드를 통한 분석 내용>
▲플레이하려는 코스의 전체 길이 ▲그림을 통한 각 코스의 모양 ▲파 시스템의 순서 ▲각 홀의 티 박스에서 그린까지의 거리 ▲클럽의 선택에 따른 IP(목표)지점 ▲자신 있는 홀과 어려운 홀 파악 ▲해저드, 벙커, 장애물 등의 위치
/이경철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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