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본격조사 착수불구 조작여부 떠나 신뢰도 상처
최근 이병천 서울대 교수팀의 늑대 복제 의혹이 확대되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파동으로 휘청거렸던 국내 과학계가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연구자들은 실제 조작 여부를 떠나 이 같은 논란 자체가 우리 과학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교수팀의 늑대복제 논문은 이달 초 생명공학도들의 지식정보 교환 사이트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ㆍ브릭)에서 소속 회원들의 문제제기와 함께 논란에 급속히 휘말려 들어갔다. 브릭 회원들은 복제 성공률 조작, 염기서열 비교분석 숫자 오류 등 여러 가지 의혹을 속속 제기했다.
의혹 제기의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황우석 사태 이후 1년 가까이 중단돼온 인간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등 과학계가 황우석 파동에서 막 벗어날 시점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대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교수팀의 ‘늑대 복제 논문’에 대해 대학 연구처 산하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통해 본격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문의 책임저자인 이 교수는 아직까지 “단순한 실수”라는 해명을 거듭하며 고의적 조작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내 유명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논문에 기재된 일부 수치상 오류는 분명 잘못됐지만 이런 이유로 멸종동물의 복제 성공이라는 기본적 연구성과마저 흔들릴 만큼 국민적 불신이 확대돼서는 안된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논문 작성상 의도적 조작이 아닌 기술적 오류 가능성이 큰 현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 황우석 사태로 팽배해졌던 국민적 불신이 되살아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진회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교수는 “이 교수팀의 연구 목적은 사실 복제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동물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시 늘릴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며 “연구팀 스스로는 물론 국민들도 연구성과에 대한 포커스를 잘못 맞추면서 이번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요즘 같으면 사회적 주목을 받지 않고 조용히 연구를 하는 게 생명과학(BT)을 오래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의뢰로 이번 연구과정에서 염기서열을 분석한 과학계의 한 인사는 “(언론 등이) 일부 수치상 오류 등 지나치게 사소한 사안까지 지적하면서 (국민적 불신이) 더욱 확대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서울대의 정확한 진상규명이 나온 뒤 이번 논란은 마무리되겠지만 그렇더라도 과학계 전체가 떠안게 될 신뢰도 상실 등 유무형의 피해는 결코 쉽게 회복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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