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충격 당혹 우려…일각에선“의연 대처”목소리
SF한인회, 교역자협의회 등과 함께 ‘촛불추모회’ 검토
무려 33명의 인명을 앗아간 미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내 비극(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범인이 코리안이라는 사실에 북가주 한인사회도 할말을 잃었다. 사건 자체만 해도 충격적인데, 범인이 하필 코리안이라는 점에서 한국 한(국)인 한인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까지 겹쳐 한인사회는 17일 온종일 술렁였다. 동부지역 한인사회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팔로알토에서 세탁업을 하는 K씨는 “오늘 첫 손님이 들어서자마자 ‘당신 코리안이냐’고 물어 민망한 나머지 다른 말로 얼버무렸다”며 “손님들이 주로 스탠포드대 학생들인데 가게에 들어와서 ‘코리안’ ‘크레이지’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해서 정말 고개를 못들겠더라”고 말했다.
이스트베이의 소규모 비즈니스를 하는 P씨는 “아침에 깜박 뉴스를 안듣고 (일터에) 나왔다가 종업원들이 코리안이 그랬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다”며 “종업원들이나 손님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수백여 회원업소를 두고 있는 한인단체의 오00 회장도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8시쯤부터 여기저기서 우리 회원들이 전화가 걸어와서 걱정들을 한다”며 “어찌 보면 이런 망신살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나서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해서 참…”이라고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범인이 한국인이든 미국이든 아랍계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돌발적 비극으로, 이때문에 한국 한(국)인 한인사회 전체의 중죄처럼 읽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UC버클리에 재학중인 한인 유학생은 “하숙집에서 여럿이 아침을 먹는데 모두들 그 얘기만 해서 얼굴이 후끈거렸다”면서도 “예외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코리안이라고 해서 코리안 전체를 오도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석찬 SF한인회장 역시 “사건 자체는 매우 비극적이고 또 (범인이 한국인이어서) 유감이지만 이게 (한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증오범죄 식으로 불똥이 튀면 안된다”며 “이런 점에서 미디어가 범인의 국적이 어디냐 이런 걸 자꾸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본우 주SF총영사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하며 한인들이 지나치게 동요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한편 이석찬 한인회장은 “교역자협의회 등 각 단체들과 연락해서 희생자들을 위한 촛불추모회 같은 행사를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KCBS 등 주류언론 매체들은 이날 본보에 취재팀을 파견하거나 전화를 걸어와 한인사회 반응과 한인언론의 보도방향을 직접 취재하는 등 사건추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 KCBS(채널 5) TV의 한국계 권수진 기자(왼쪽)가 카메라기자와 함께 17일 오전 본보 편집국을 방문, 최선영 기자(오른쪽)를 상대로 버지니아텍 사건관련 한인사회 반응 등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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