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악의 총기참사 발생 1주일인 23일 버지니아텍은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 평온해보였지만 캠퍼스는 온종일 엄숙했다.
1교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학본관인 버러스홀 앞에 마련된 총기참사 희생자 추도소로 발길을 옮겼다.
`침묵의 추도식’
학교측이 1주일만에 수업을 재개하면서 충격과 악몽에서 벗어나 화합과 치유, 미래를 위해 다시 일어서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 추도행사는 이날 9시45분께 교수와 교직원, 학생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버러스홀 앞에는 성조기와 버지니아주기가 조기 게양된 가운데 학교 상징색인 적갈색과 오렌지색 풍선 1천여개가 각각 3묶음씩으로 나눠 학생들이 들고 있었다.
추도소에 마련된 희생자 추도석에도 화합을 상징하는 듯 흑인과 백인, 아시아계 학생들이 손에 흰 풍선을 들고 희생자 32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 속에 영접했다.
추도 타종이 시작되자 추도석에서 흰 풍선이 1개가 하늘로 향했고, 이후 20초마다 타종과 함께 희생자들의 흰색 풍선이 차례대로 부양됐다.
타종이 울릴 때마다 추도소와 구내 운동장인 드릴 필드(Drill Field)를 꽉 채우고 있던 학생들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으며, 탄식과 흐느낌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날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사용된 애도의 종은 `1세기 종(Bell of a Century)’라는 이름의 850파운드의 흰색 종으로, 1883년 블랙스버그 인근 세일럼에서 화재 경보용으로 처음으로 사용됐으며, 지금은 각종 애도행사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
타종이 끝나자 버러스홀에서는 적갈색과 오렌지색 풍선 1천여개가 일제히 하늘로 올랐으며, 풍선들은 서로 몸을 비비면서 참사현장인 노리스홀을 지나 하늘 속으로 점점이 흩어졌다.
특별한 고별사없이 침묵 속에 진행된 이날 추도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추도석을 한번씩 둘러보며 희생자들에게 고별 인사를 나눴으며, 일부 유족과 친구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오열하기도 했다.
추도식이 끝나자 한 학생이 `렛츠 고 호키(Hokie.칠면조를 닮은 대학 상징물)’를 외치자 드릴 필드를 메웠던 학생들이 제창을 하면서 화합과 치유를 다짐했다.
이날 추도식에서 타종이 32회만 울린 것은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것으로, 참사 장본인인 조승희는 제외됐다.
추도석에도 조승희의 것은 뽑혀 있었지만, 전날보다 많은 메시지가 놓여있었고 촛불과 성조기도 여전히 꼽혀있었다.
이날 조승희 추도석에는 `너는 우리의 마음을 깨뜨렸지만 정신까지 허물게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용서받은 것처럼 너도 용서한다’는 내용의 편지글이 놓여있었, 상당수 학생들이 몰려 눈길을 모았다.
추도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다시 강의실로 발길을 옮겼고, 강의실에서는 이번 사건과 향후 수습방안에 대한 토의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참사현장인 노리스홀은 전날과 달리 창문과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을씨년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쓰레기 봉지와 박스도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추도식에 참석한 피터 체이스(건축학과)씨는 “1주일간 집에 갔다 지난 토요일 복귀했다”면서 학사일정이 끝날 때까지 수업에 참석할 것이고 상당수 학생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희생자들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이라며 “이제 슬픔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전진할 때”라고 강조한 뒤 발걸음을 강의실로 옮겼다.
학생들이 뿔뿔이 강의실로 들어가자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는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 따사로운 햇살이 캠퍼스 내에 가득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