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시절 ‘나홀로 유학’ 유지인 양, 스탠포드대 장학생 합격
암기 주입 암기 주입…. 사방에서 ‘한국식 교육=지옥식 교육=무효과 교육’ 등식을 들이대며 개탄의 소리가 높았지만 유지인 양(사진)이 그걸 제대로 알아듣기엔, 알아듣더라도 무슨 수를 쓸 수 있기엔 너무 어렸다. 활달한 성격 그대로 잘 놀고 잘 잤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중학교에 갓 들어가서도 그랬다. 얼마나 신나게 지냈던지 부모(유수창 군산대 화학과 교수-한건옥 전주상산고 화학교사)의 유학시절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난 덕분에 토종한국산 친구들에 비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익힌 영어인데도, 남들은 그걸 한마디라도 더 잘하려고 골머리를 썩이는데도, 유 양은 ‘거저 배운 영어’를 되레 까먹을 정도였다.
해본 사람이 안다고 걱정은 부모의 몫이었다. 나란히 교단에 있어 한국의 교육환경을 누구못지 않게 꿰뚫고 있고, 유학시절 미국교육의 튼실한 자력을 누구 못지 않게 체험한 유 교수-한 교사 부부는 고민끝에 딸을 미국으로 보냈다. 유 양이 중1때의 일이었다.
가고파 안달이 나도, 어지간히 준비가 돼 있어도, 막상 해보면 산 넘어 강, 벽 넘어 늪이기십상인 조기유학, 그래서 좌절과 방황의 덫에 더욱 걸리기 쉬운 나홀로 조기유학.
사촌이 사는 텍사스를 거쳐 이스트베이로 온 하숙생 유 양에게 첫번째 장벽은 역시 가물가물해진 영어였다. 별수없이 ESL 수업부터 받아야 했다. 그러나 유 양에게는 활달한 낙천성이 있었다. 떠듬떠듬 사촌들과 대화하며, 밤 새워 책과 씨름하며 영어의 가로막이를 하나둘 돌파, 마침내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는 과목란에 영어, 그중에서도 까다롭다는 영어토론을 적어넣을 수 있게 됐다.
세상과 담 쌓고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만화캐릭터 그리기를 지렛대로 온라인 만화동호회에 가입, 그림을 올리고 여름방학 중에는 애니메이션 캠프에도 참여하는 등 취미활동에도 열성이었다. 특히 크고작은 애니메이션 컨벤션에서 부스를 마련해 그림을 팔고 그 수익금을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는가 하면 버클리의 한 단체에서 장애인돕기 봉사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쪼갰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취미삼아 익힌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실력으로 교회(라모린다 영성교회, 담임 민기욱 목사) 공동체에서 음악봉사도 했다. 컴퓨터게임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그림그리기 일을 하면서 보너스를 받고 스탁옵션까지 받았다.
유 양(EB 모라가 미라몬테하이12)이 스탠포드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다른 명문대들로부터도 줄줄이 합격증이 날아들었다. 외기러기 조기유학은 곧 엇길행 지름길로 여겨지는 풍토에서 유 양의 성공적 홀로서기에 주위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아주 이따금 유 양이 힘겨워하는 기색을 보이면 “남과 비교하지 마라. 네 장점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해라. 너는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준 부모의 훈기도 유 양의 질주에 자양분이 됐다.
유 양은 말한다. “재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해온 활동이 명문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요…교회는 영혼을 새롭게 하는 곳 이라며.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은 신앙심 깊은 성도님들에게 감사해요…언젠가는 내가 쓴 동화에 직접 그린 삽화를 넣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남리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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