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학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미항공우주국(NASA)이 15일 발표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지명국(제임스 지)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NASA 연구진이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 약 50억광년 떨어진 은하단에서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지름 260만 광년의 고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암흑물질 연구사상 가장 확실한 증거로 평가되는 이 연구는 세계 주요 언론에 일제히 크게 보도됐으며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지박사는 과거 다른 여러 은하단에서도 암흑물질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은하단을 이루는 뜨거운 가스와 은하들로부터 이처럼 먼 거리를 두고 뚜렷한 형태로 발견된 적은 없었다. 은하들과 고온가스를 통해 추적되지 않는 암흑물질의 독특한 구조를 관찰함으로써 암흑물질이 일반물질과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 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ZwCI 0024+1652로 알려진 은하단 내부의 암흑물질 분포도를 작성하던 중 우연히 조약돌이 연못 수면에 만들어내는 잔물결 같은 고리를 발견했다.
이들은 다른 어떤 은하단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는 이 고리 모양을 보고 처음엔 자료 처리과정의 결함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갈수록 그 존재가 뚜렷해짐에 따라 기존 연구들과 비교한 끝에 약 10억~20억년 전 두 개의 은하단이 정면충돌했을 때 방출된 물질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거대한 고리는 내부의 물질 밀도가 너무 높아 주변의 빛을 굴절시키는 중력렌즈 현상, 이른바 `잔물결 효과’를 일으키는 바람에 그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이 고리가 지구의 관측시각대 안에 존재한다는 행운도 작용했다.
은하단 충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먼저 합쳐진 은하단의 중심부에 떨어졌다가 밖으로 밀려 나가게 되지만 중력 때문에 밀려 나가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즉 고속도로 연속추돌사고 현장에 자동차들이 겹겹이 쌓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박사는 은하단 충돌이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물결을 만들고 그 물결은 배경은하의 형태로 뚜렷한 자취를 남긴 것이라면서 이는 마치 연못 바닥에 가라앉은 조약돌을 수면의 물결을 통해 보는 것과 같다. 물결이 지나가면 조약돌의 모양도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즉 고리 뒤편 배경은하의 모양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이 밀도높은 암흑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동연구자인 존스 홉킨스대의 홀런드 포드 교수는 연구실에서는 불가능한 실험을 자연이 해주고 있으며 그 결과는 우리의 이론 모델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암흑물질은 우주공간의 85%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거를 포착하기가 어렵고 그 성질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지명국박사는 연세대 천문기상학 석사 출신으로 존스 홉킨스대에서 지난 2005년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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