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한 오클랜드 퀸미용실 여주인 이00 씨의 자살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말이 나돌고 있다. 돌고도는 말은 결국 한가지다. 돈이다. 게다가 한인사회 미풍양속이라는 상찬과 필요악 고질병이라는 지탄을 동시에 받아온 계에 얽힌 돈사슬이 그를 괴롭혔다는 후문이다.
평소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아 주위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던데다 약 20년동안 한 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적어도 겉으로는 안정돼 보였던 이 씨를 돈사슬 속앓이로 내몬 결정적 도화선은 지난 2월에 터진 유진마켓 파동 때문이라고 한다.
지인들에 따르면 퀸미용실 이 씨는 유진마켓이 오클랜드 다운타운 14가에서 영업할 당시 유진마켓 이귀덕 여사장(도피중)과 가깝게 지냈으며, 각각 계주로 몇개씩 낙찰계를 굴렸다. 퀸미용실 이 씨가 굴리는 계는 ‘퀸미용실 계’로 불렸고 유진마켓 이귀덕 씨가 굴리는 계는 ‘유진마켓 계’로 불렸다.
문제는 유진마켓 이귀덕 씨가 낙찰계 여러개를 동시에 부도내고 가계마저 부도낸 뒤 지난 2월 잠적해버리면서 곪아터졌다. 한 지인은 퀸미용실 이 씨는 유진마켓 이 씨와 서로 계주이면서 계원 관계(즉 상대의 계에서 몇 구좌씩 들어있음)였는데 유진마켓 이 씨가 퀸미용실 곗돈만 타먹고 자신이 내야 할 돈은 내지 않고 도망치는 바람에 퀸미용실 이 씨로서는 자금줄이 더욱 막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퀸미용실 이 씨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굴리는 계는 유진마켓 이 씨 때문에 깨지게 되고 자신이 타야 할 유진마켓 계는 그것대로 깨져버린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풀이다. 지인들의 주장이 맞다면, 줄 건 주면서 받을 건 못받는 불균형이 돈의 흐름을 경색시키고, 이로 인해 주위사람들로부터 유형무형 압력을 받게 되면서 퀸미용실 이 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셈이다.
계 파문이 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거론되는 내용이지만, 이번에도 계의 총규모나 정확한 피해액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린다. 탄 사람들은 입을 닫기 일쑤고 타지 않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마켓 파동은, 당시 관련보도에서 본보가 지적한 대로, 낙찰계든 사업이든 유진마켓과 대소 연관을 맺은 먹이사슬의 연쇄붕괴로 이어지는 ‘꼬리 긴 후폭풍’을 낳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유진마켓 낙찰계 피해자들이 대부분 영세업자나 스몰비즈니스 종업원 등 한푼이 아쉬운 사람들이고, 유진마켓 납품업자 등도 대금회수를 못하거나 큰 거래처 망실로 인한 피해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편 사건 이후 잠적한 유진마켓 이귀덕 씨의 소재를 두고 LA에서 사업을 물색한다더라, 서울에서 노래방을 한다더라, 산호세에 나타났다더라 등 각종 ‘카더라 통신’이 떠돌고 있다.
통상적인 낙찰계 파문과는 정반대로 ‘안전한 낙찰계’로 정평이 난 한 EB사업가 주도 계모임에서는 어느 계원이 계주와의 별도사건 감정싸움 때문에 곗돈을 불입하지 않아 다른 계원들이 그 계원을 비난하는 공개 기자회견을 검토하는 등 색다른 소동이 예고되고 있다. 계원들은 그 계원이 내지 않은 돈을 계주가 대신 불입하며 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계가 깨지면 앞뒤 따지지 않고 계주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통에 이런 고약한 계원들이 버젓이 발붙인다고 개탄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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