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DNA 수사기법 적극활용 완전범죄 손 옭아맨다
1978년 여름 오클랜드 엽기 강간살인범
2006년 겨울 남가주 절도사건 때문에…
‘그 아파트’는 안전했다. 오클랜드 팍 블러버드 3500번지에 있는 ‘그 아파트’는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지금도 빠지지 않지만 안전개념이 상대적으로 헐거웠던 3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이 범죄도시라는 오클랜드의 오명까지 감안하면, 그곳이 오클랜드 아파트인가 할 정도였다고 한다.
1978년 여름, 홀로 살던 헬렌 모린(당시 79세) 노파가 그 아파트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도 안전을 위해서였다. 특히, 따로 사는 아들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떠밀다시피 어머니의 이사를 권한 것이었다.
이사 뒤 얼마 안된 그해 8월13일, 헬렌 모린 여사가 피살체로 발견됐다, 다른 곳도 아닌 그 아파트에서. 수법도 비상식적이었다. 그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려 숨졌다.
사회는 경악했다.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경찰의 범인추적은 허사였다. 동종유사 범죄가 드문데다 목격자도 없었고 이렇다할 흔적도 드물었다.
오직 유일한 단서는 노파의 손톱밑에 남은 혈흔이었다. 경찰은 관계기관에 의뢰해 혈흔을 분석했다. 거기서 범인의 DNA(핵산. 통칭 유전자) 염기배열을 파악했다. 그뿐이었다. 염기배열 자체가 범인을 찍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사람의 DNA 염기배열은 같을 확률이 45조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실낱같은 희망일 뿐. 만일 범인이 훗날 전혀 범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DNA를 추출당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범인의 DNA는 무용지물이 될 판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DNA 수사기법이 초보적 단계여서 모든 사건 범인들의 DNA가 추출되지도 않았고, 범인이 DNA 추출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미약했다.
법적 장애는 2004년에야 풀렸다. 중범죄 이상 저지른 범인의 DNA를 반드시 파악해 연방 DNA은행에 보관토록 하는 발의안(프로포지션 69호)이 통과됐다. 그 뒤로 다시 2년. 오클랜드 그 아파트 노파 강간살인 사건 범인이 무려 28년여만인 2006년 12월 중순 비로소 붙잡혔다.
조지 윌리엄스. 현재 58세, 범행당시 29세. 예순을 바라보는 이 중년남자가 체포된 곳은 남가주 베벌리힐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곳 어느 성탄트리 판매소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그가 인근 도시 그로서리 마켓에서 강절도를 하다 붙잡혔다가 발의안 69호에 따라 DNA를 추출당하고 이것이 연방수사국(FBI) DNA 은행에 보관된 1978년 8월13일 오클랜드 사건 범인의 DNA와 정확히 일치, 근 30년 전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수사 결과 그는 14세 때부터 중독된 헤로인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 아파트에 침입했다가 엽기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게는 최고 사형이 언도될 수 있다.
이 사건은 DNA기법 활용 과학수사의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흔히 오르내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DNA란 과연 무엇일까.
★DNA 특집 4면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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